약세장 전환? 시장 곳곳서 나타나는 시그널

하반기 들어 고공행진을 거듭했던 증시가 조정국면을 거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76,300원 ▼2,300 -2.93%)는 최고가를 경신한 이후 차익매물에 시달리는 모습이고, 증시 반등을 이끌었던 외국인들도 하나 둘 주식을 팔고 있다.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는 점도 시장에는 부담이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증시가 기간조정을 거쳐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많은데, 일각에선 약세장 전환을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숨 고르기가 예상보다 거칠다는 것이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지난 26일을 포함해 최근 3일 동안 코스피 시장에서 4989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9일까지 하루 평균 1600억원 가량의 주식을 순매수했으나 25일에는 약 3200억원을 순매도했고 이날도 1300억원이 넘는 주식을 팔았다.

그간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증시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슈 이후 큰 폭의 강세를 보였다. 브렉시트 투표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의 정책공조가 더욱 강화됐고, 원화 강세는 외국인 순매수를 이끌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양상이 다소 달라졌다.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삼성전자의 독주에 대한 부담감이 부각됐고 여기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시장 전반의 에너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현지시간으로 26일 열린 잭슨홀 미팅에서 재닛 옐런 미국 연준의장이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부담이다. 브렉시트로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아졌지만 최근 경제지표가 안정되며 연내 금리인상이 재부각되는 상황이다.


옐런의 입에서 금리인상 시그널이 언급된 것이 조정의 빌미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외국인 매매의 성격이 변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7월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업종의 주식을 사들였다. 8월 초에는 다른 주식을 사면서도 삼성전자는 팔았고 이제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나머지 주식도 함께 파는 양상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변준호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매도하는 이유는 단기 급등 부담, 원화 강세, 중국 PMI(구매관리자지수)개선 및 유가 반등, 자사주 매입 종료, 분기 실적 피크 우려, 애플 신제품 출시 등이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6~7월 전기전자를 중심으로 매수세를 보이던 외국인이 8월 들어 삼성전자를 팔고 화학, 화장품, 철강, 건설 등 비교적 유가 혹은 중국 관련된 씨클리컬(경기민감) 업종들을 매수한 것을 보면 여타 업종대비 상대적 메리트 감소도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증시추세가 꺾이기 시작하는 시점에 나타나곤 했던 시그널이 최근 관측된다는 점도 들여다 볼 대목이다. 최근 증시에서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업들의 주가와 유통, 음식료 등 내수주들이 강세를 보이는데, 이는 약세장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패턴이다.

신세계는 주가는 지난해 연말 23만원에서 이달 23일 17만6500원까지 하락했는데 이날 9%의 상승률을 기록하면 주가가 19만6500원까지 올랐고 롯데쇼핑 역시 7월말 기록한 저점(19만1000원)에서 현재 20만8500원으로 9% 넘게 올랐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과 현대백화점도 최근 강세가 두드러진다.

CJ제일제당, 빙그레, 삼양식품, 크라운제과, 하이트진로 등 음식료 기업들도 바닥을 다지고 반등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 증권사들이 증시 하락에 대비하는 상품 마케팅에 하나 둘 나서고 있는데, 이 역시 약세장 전환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키움증권은 29일 오후 여의도 키움파이낸스빌딩에서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ETF(상장지수펀드)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인데, 인버스(주가 하락시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 ETF가 주제다.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업계도 인버스 레버리지 ETF와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이달 10일에는 코스닥 상장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EFT가 처음으로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