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제동걸린 2대지침…사업장 적용 멈칫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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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고용노동부의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운영 지침'을 근로자 쉬운해고 수단으로 남용할 가능성 있다고 판단하면서 향후 2대 지침을 둘러싼 노정 갈등이 예고된다.

국가인권위는 24일 열린 23차 상임위원회에서 정부 2대 지침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 없음을 명시적으로 표명하기로 의결했다. 올해 초 양대노총이 국가인권위에 2대 지침 철회 권고를 진정한 것에 대한 판정이다.


노동계는 정부의 2대 지침의 잘못을 표명한 인권위 의결을 환영하면서도 이미 현장에서 2대 지침을 근거로 성과연봉제 도입과 저성과자 퇴출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노동계, 늦은 결정에 아쉬움

국가인권위가 다룬 정부의 2대 지침은 저성과자 통상해고의 기준과 절차를 담은 '공정인사 지침'과 근로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노조 동의 없이도 가능하다는 '취업규칙 해석·운영지침'이다.


정부 공정인사 지침은 해고 사유를 엄격히 규정함으로써 저성과자 해고 절차를 더욱 까다롭게 했다는 시각도 있지만, 지침을 뒤집어 보면 마치 사용자에게 저성과자 퇴출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어서 '쉬운해고'로 악용할 빌미를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테면 해고자 평가 때는 상대평가나 정량평가를 부적절한 방법으로 소개하고, 평가 신뢰성을 위해 평가자를 복수로 두도록 권고했으며 저성과자 퇴출 시에는 교육훈련 기회 부여, 근로자 이의제기도 거치도록 한 내용 등이 그렇다.

인권위는 2대 지침이 안내서에 불과한데 '지침'이라는 표현으로 마치 행정규칙같이 법적 효력이 있는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개별 판례 일반화에 따른 오남용 가능성도 꼬집었다.

인권위는 "2대 지침이 행정규칙이 아니라 일반 국민에 대한 안내서 혹은 참고자료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법적 구속력이 없음에도 표제에 지침이란 용어를 사용해 구속력 있는 기준인 것처럼 오해하도록 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또 "정부 2대 지침이 개별판례를 일반화해 일반적 법적 판단 기준인양 제시, 저성과자 해고 및 근로자 동의 없는 취업규칙 변경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고 근로자 보호법으로서 근로기준법의 취지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러한 정부 2대 지침은 결국 저성과자 해고나 노동자 동의 없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합리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오해하거나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압력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으로 남용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인권위의 설명이다.

인권위는 2대 지침을 안내서로 규정하고 "오해가 없도록 국민에게 (그 성격을) 명확히 알리라"고 노동부에 권고했다. 특히 "사업장 지도·감독에 활용되면서 오해가 생긴다"며 지침 활용을 하지 말라는 뜻을 전하면서 주요 사업장의 지침 적용이 멈칫할지도 주목된다.

다만 인권위는 노동법 위반이나 노동기본권 침해 같은 근본 쟁점에 대한 판단은 내리지 않았다. 따라서 2대 지침이 현장에 널리 퍼진 상황에서 지침 시행에 따른 노·정 혹은 노·사 다툼이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오른쪽)과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왼쪽)이 지난 5월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한국정부의 불법지침과 사업장 강제도입에 대한 ILO 제소 양대노총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DB

◇노동계 "잘못 지적 환영" vs 노동부 "면밀히 검토"

노동계는 인권위의 의결에 대해 "이제라도 정부의 2대 지침에 대해 잘못을 지적하고 의견을 표명한 것은 다행"이라면서 "그러나 시기적으로 그리고 조치사항 면에서는 큰 아쉬움을 남긴다"고 밝혔다.

또 "노동부가 안내서에 불과함을 명확히 알려 오해가 없도록 의견표명을 하는 것만으로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수 없고, 2대 지침을 근거로 한 어떠한 행위도 법적 구속력이 없으므로 지침이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부는 이번 인권위 의결에 대해 "인권위에서 의견서를 아직 보내오지 않았다"며 "의견서가 오면 면밀히 검토해 어떻게 할지 입장을 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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