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오염? 제3의 전파? 미궁이 된 거제 콜레라균 감염경로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음상준 기자 =

곽숙영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장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두 번째 콜레라 환자 발생에 따른 대응 상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두 번째 콜레라 환자(여·73세)가 첫 번째 환자(남·59세)와 콜레라 유전형이 일치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경로가 실타래 처럼 얽히게 됐다.

당국은 인근 해수오염에 무게를 두면서도 첫 번째 환자가 회를 섭취한 식당의 종업원과 두 번째 환자가 삼치를 먹은 교회의 예배자 및 관계자들 동선파악 등 역학조사도 함께 진행 중이다.

두 환자간 콜레라 유전형이 일치하기 때문에 특정 인물로부터 콜레라가 감염전파됐을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이다. 또 현재 알지 못한 혹은 앞으로 일어날 감염전파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두 환자의 유전자형이 서로 동일하기 때문에 어패류 문제일 가능성이 커 일단 해수오염에 대한 조사를 강화할 것"이라며 "동시에 교회와 횟집 간 접점이 되는 제3의 전파 가능성도 보고있다"고 밝혔다.

◇ 식당과 교회 차로 30분거리...제3 경로 가능성

감염경로와 관련 확실한 것은 두 환자가 거제에서 수산물을 날 것으로 먹었다는 공통점 뿐이다. 첫 번째 환자는 지난 7일 거제에서 농어회와 전복, 게장을 먹은 뒤 23일 콜레라 확진판정을 받았다. 두 번째 환자는 지인이 거제시 인근해역에서 잡은 삼치를 14일 교회에서 해동해 먹고 15일 콜레라 판정을 받았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두 환자의 어패류 섭취 시점은 6~7일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서로 직접 전파했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동경로도 다르다. 두 번째 환자가 다니는 교회는 거제시 서쪽, 첫 번째 환자가 회를 먹은 횟집은 동쪽에 위치해 차로 30분 이상 이동해야 한다. 특히 두 번째 환자는 지난 6월 인공무릎관절 치환술을 받고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탄다. 주로 교회와 집만 오갔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당국은 제3의 전파매개 존재 가능성에 대해서도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두 번째 환자의 경우 삼치 섭취가 아닌 다른 이유로 감염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동일 삼치를 먹은 나머지 11명에선 콜레라 균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교회 예배인들이 첫 번째 환자가 회를 먹은 식당을 들렀거나 해당 식당의 종사자가 교회에 간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각각의 사람들에 대한 가족이나 접촉한 지인들까지 범위를 확대해 조사 중이다.

콜레라가 묻은 수산물의 유통경로(수산물 시장 등) 접점을 찾는 것은 사실상 큰 의미는 없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 환자가 먹은 삼치는 지인이 직접 잡은 것이기 때문이다.

해수오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두 번째 환자가 먹은 삼치가 직접 잡은 것이고, 첫 번째 환자의 경우 섭취한 농어가 중국산이지만 곁다리 지역산 해산물도 함께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당국은 통영 및 거제시장에서의 수산물 환경검체를 수집해 콜레라 검사를 시행 중이다. 이를 통한 다른 전파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25일 두번째 콜레라 환자가 발생한 경남 거제에서는 콜레라 대책반과 긴급상황실을 가동했다. /뉴스1 © News1 이경구 기자

◇ 같이 먹었는데 한사람 만 감염된 것도 알쏭달쏭

당국은 첫 번째 환자와 두 번째 환자가 콜레라 감염 뒤 접촉한 사람은 물론 2차전파에 대해서도 역학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첫 번째 환자가 직접 접촉한 사람들의 경우 콜레라 검사결과 모두 음성으로 판정됐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앞으로 거제지역 콜레라 환자들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지만, 여러 사람들이 같이 회를 먹었어도 한 사람밖에 감염되지 않았던 부분들이 있어 심도있는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가능성은 낮지만 지하수 검사까지 고려하고 있다. 더불어 콜레라균의 국내 자체 발생 여부도 지속적으로 확인 중이다. 콜레라균이 해외에서 유입된 것이 아니라면 이번 콜레라균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새로운 유전형이 된다.

향후 질본은 두 명의 환자의 검체에서 분리된 콜레라균에 대한 전장유전체(Whole genome sequencing)등에 대한 분석을 실시할 예정이다. 원인균이 국내에서 보고된 사례가 없는 만큼 DNA 전체를 파악해 둔다는 계획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현재 WHO와 CDC가 보유하고 있는 유전형을 요청한 상태로 해외에서 일치하는 유전형을 확인 중"이라며 "해외 유전형이 있을 경우 역학조사를 통해 경로를 파악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