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의 요청"…한·일 통화스와프 재개된다(종합)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과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진행하기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기획재정부

지난해 2월 이후 중단됐던 한·일 통화 스와프가 재개된다. 미국의 금리 인상 등 대외변수 등을 위한 '안전판'을 마련하기 위한 결정이다. 한·일 통화 스와프는 양국간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예민한 문제였다. 그만큼 조심스럽게 결정됐다. 제안은 우리 정부가 했다.


한·일 재무장관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열고 한일 통화 스와프 협정 재개를 위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 측이 일본에 제안했고, 일본이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양자회담의 특성상 문구를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회담 직후 배포된 공동보도문을 보면 "양국 정부는 통화 스와프 협정의 구체적 사항에 대해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고 적혀 있다. 통화 스와프의 재개는 기정사실, 구체적 내용은 협의의 여지를 남긴다는 의미다.

통화 스와프는 위기상황 등이 발생하면 약정한 환율로 일정 시점에 통화를 교환하는 거래를 의미한다. 한·일 양국은 2001년 일본과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었지만 2012년 8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중단 수순을 밟았다.

사실 한·일 통화 스와프가 이번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적었다. 공식 의제에도 빠져 있었다. "본회담에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여지를 남겼지만, 공식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은 정부가 먼저 밝힌 사안이다.


정부는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가 상당하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잦아들어 일본과의 통화 스와프 체결 필요성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일 재무장관회의 직전에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당초 계획에 없던 유 부총리의 브리핑 일정이 잡혔기 때문이다. 유 부총리는 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양국간 경제협력을 강화해나가며 그 일환으로 양자 통화 스와프 협정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한·일 통화 스와프가 재개되는 것은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브렉시트 여파가 줄고 있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등 대외변수는 여전하다. 유 부총리는 "통화 스와프를 많이 할수록 불확실성은 줄어든다"고 말했다.

한·일 재무장관이 통화 스와프 재개를 공식화함에 따라 앞으로 구체적인 규모와 방식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게 된다. 일각에서는 한·일 통화 스와프에 따른 일본 정부의 추가 요구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지만, 정부는 이를 부정하고 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통화 스와프 재개 시점은 논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며 "논의 시작에 따른 대가 요구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양국 재무장관은 통화 스와프 협정 논의 외에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공조 강화, 보호무역 주의 타파를 위한 공동 대응 등에 합의했다. 대북 제재 이행을 위한 공조에도 의견을 모았다.

한·일 재무장관회의는 2006년 처음 개최된 후 일시 중단됐다가 지난해 재개됐다. 올해는 2년 연속 재무장관회의가 열리게 됐다. 올해 회의는 7번째 한·일 재무장관회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