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3사 '지방시대'..."사무직도 넥타이 풀고"

대우조선해양 (32,700원 ▼600 -1.80%)이 26일 임시주총을 열어 본점 소재지를 생산지가 있는 경남 거제시로 옮겼다. 정관변경 후 사무소로 격하되는 서울 거점의 상주 임직원은 올 초 800여명에서 200명 수준까지 줄게 될 전망이다.


조선업은 2009년 금융위기 전까지 우리나라 수출산업의 이른바 '달러박스'로 회자되던 효자였다. 그러나 최근엔 수주물량 감소와 해양플랜트 역마진 사태 등으로 인해 생존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상위권 대형 3개사를 뜻하는 '빅3' 가운데 현대중공업 (119,300원 ▼100 -0.08%)만 창업주 뜻에 따라 본점 소재지를 생산거점이 있는 울산으로 유지해 왔다.

대우조선해양 거제시 옥포 조선소 고크 모습

세계 2위를 놓고 겨뤘던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은 최근까지 서울을 본사로 지정해 대규모 상주 인력을 거느렸다. 대우조선은 5조원의 적자를 낸 지난해까지도 중구 다동 사옥에 서울 인력을 모두 수용하지 못해 200여명의 연구인력을 수하동 미래에셋센터원빌딩에 분배했다. 임대료가 시내에서도 최상위인 곳이다.

고재호 전 대우조선 사장은 재임(2012~15년) 중에 마곡 부지를 사들여 수도권 인력을 2000명까지 채우려 했다. 선배인 남상태 전 사장처럼 연임을 노렸던 그는 생산직을 제외한 사무직 대부분에게 서울근무를 제시했던 셈이다. 이른바 '마곡 타워'의 집결 목적은 글로벌 해양 플랜트 최강 선두가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분야에서 이제는 수주 건당 수천억, 조 단위 적자가 난다.

삼성중공업 골리앗 크레인 모습

삼성중공업은 2014년 말 1000여명의 수도권 인력을 서초 삼성사옥에서 성남 판교 R&D센터로 이주시켰다. 올해 3월에는 주총을 열어 본점 소재지도 판교로 옮겼다. 이 회사는 희망퇴직을 통해 올해만 1600여명의 임직원을 회사에서 내보냈다. 자금난에 처하면서 지난 19일 1조1011억원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도 결의했다. 주총에선 박대영 사장이 화가 난 주주들에 직접 사과하며 "급여를 모두 반납하고 의료보험 유지를 위해 한 달에 9700원만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조선 3사가 생산이나 연구개발지로 본사를 이전하면 서울이 아닌 본점소재지들이 지방세를 거둘 수 있다. 법인세의 10% 수준이다. 국토 균형발전 정책에 따라 2008년부터 이뤄진 공공기관 및 공기업 지방이전에 비하면 늦은 감이 있지만 장래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사무직도 넥타이 풀고 현장경영 나서야 하는 시기"라며 "일단 대형 3사가 흑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 지역에 당장 도움이 되진 않지만 경기가 호전되면 이전 목적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