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는 연내 금리인상…BOJ·ECB는 추가부양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잭슨홀미팅에서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가운데 일본은행(BOJ)과 유럽중앙은행(ECB)은 경기부양 의지를 재천명했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해 경기부양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28일 블룸버그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잭슨홀미팅 마지막 날인 전날 패널토론에서 "3차원의 각 측면에서 추가 통화완화 여지가 충분하다는 건 의심할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BOJ는 물가안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로다 총재가 언급한 3차원 통화완화는 일본 국채를 비롯한 여러 자산을 대거 매입해 돈을 푸는 양적·질적완화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의미한다. 양적·질적 완화 규모를 확대하고 현재 -0.1%인 기준금리를 더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25일 개막한 잭슨홀미팅은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미국 와이오밍주의 휴양도시 잭슨홀에서 매년 여름에 여는 경제정책 심포지엄이다. 올해는 '미래를 위한 탄력적인 통화정책 틀 설계'(Designing Resilient Monetary Policy Frameworks for the Future)를 주제로 지난 25일부터 열렸다.


각국 중앙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례없이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펼쳤지만 세계 경제는 여전히 저성장과 저인플레이션으로 고전하고 있다. 중앙은행들이 이미 기준금리를 한계 수준까지 낮추고 대규모 양적완화를 실시한 터라 부양수단이 바닥난 게 아니냐는 우려가 한창이다.

BOJ는 지난달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소심한 추가 부양책으로 시장을 실망시켰다. BOJ는 9월(20-21일) 회의에서 기존 통화정책 효과를 재평가하고 필요하면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BOJ가 실효성 논란이 한창인 경기부양책을 축소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한동안 오름세를 타던 일본의 물가지표는 최근 구로다 총재가 경기부양 공세를 펴기 시작한 2013년 4월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다.

구로다 총재는 전날 연설에서 일단 시장의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우리 정책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기대인플레이션을 물가안정목표(2%)까지 끌어올려 그곳에 닻을 내리게 하는 것"이라며 "BOJ는 회의 때마다 경제활동과 물가를 면밀히 관찰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주저없이 추가 통화완화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로다 총재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장기·초장기 국채 금리를 떨어뜨려 기업과 가계의 자금 수요를 자극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마이너스 금리가 민간 경제주체의 현금 축적을 부추긴다는 지적에 대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원하는 대로 마이너스로 떨어뜨리겠다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금리인하 한계까지 아직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 브레인'으로 유명한 혼다 에쓰로 전 일본 내각 관방참여(자문역)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회견에서 BOJ가 다음달 회의에서 대담한 추가 부양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혼다는 유력한 추가 부양조치로 자산매입 규모 확대(연간 80조엔→100조엔)를 꼽았다. 그는 기준금리 추가 인하는 은행시스템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브느와 꾀레 ECB 집행이사도 전날 같은 패널토론 자리에서 각국 정부가 장기 성장세를 북돋는 데 나서지 않으면 ECB가 추가 통화완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ECB는 물가안정 책무를 완수할 것"이라며 "다른 주체(정부)가 자기 정책영역에서 꼭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우리가 더 깊이 뛰어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 정부가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경기부양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가운데 옐런 의장은 FRB가 연내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는 지난 26일 강연에서 "노동시장이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경제 활동과 물가상승률 전망 역시 희망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최근 몇 개월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스탠리 피셔 FRB 부의장은 같은 날 CNBC와의 회견에서 옐런 의장의 발언이 9월 금리인상은 물론 연내 2회 금리인상까지 가능하다는 의미로 풀이했다. 그는 이르면 9월에 금리인상이 가능하고 한 차례 이상 금리를 올릴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오늘 (옐런 의장이) 말한 것에 비춰보면 두 질문 모두 그렇다고 답변할 수 있다"며 "하지만 경제지표를 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