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통화스와프 재개…한·미도 재시동 거나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차 한일재무장관회의에서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6.8.2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가 일본과 통화스와프 협정 논의를 재개하기로 한 가운데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도 다시 추진될 지 주목된다.

한·일 양국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재무장관회의 결과, 지난해 2월 종료한 통화스와프 재개를 위한 논의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 측이 일본에 제안했고 일본이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통화스와프는 외환위기 등 금융시장 불안 시 양국의 통화를 맞교환함으로써 상대국에 긴급 외화자금을 대주는 계약이다. 상대국 통화를 활용함으로써 자국 통화 안정성을 꾀할 수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으로 갈수록 커지는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한·미 간 통화스와프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0월 300억(35조7000억원) 규모로 시작됐다가 2010년 종료됐다.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발행할 수 있는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는 대외변수에 대비할 수 있는 강력한 '안전판'이다.

유 부총리는 지난 2월 상하이 G20(주요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에 참석해 "(한·미) 통화스와프는 필요한 시점이 되면 체결을 하자고 할 용의가 충분히 있다"고 밝혔었다. 원론적 수준의 발언으로 읽힐 수 있지만 이를 두고 한·미 간 통화스와프 재개 가능성이 커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현재 정부는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해 "당장 계획하고 있진 않지만 장기 과제"라는 입장이다. 소규모 개방국가인 한국 특성상 주요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은 많을수록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비할 수 있다.


다만 섣불리 통화스와프를 요청할 경우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등 대외 건전성 지표가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외려 '한국 경제가 어렵다'는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다는 우려다.

유 부총리는 상하이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당시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한 의견을 밝히며 "한국이 힘들고 어려우니 미국과 무언가 해보려고 다급하다는 인상을 주면 안돼 섣불리 얘기 꺼낼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정부는 지난 6월 열린 한·미 재무장관회담에서 양국 간 통화스와프가 의제에 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이 통화스와프에 적극 나서지 않는 점도 고민거리다. 통화스와프 업무를 맡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현재 스와프 협정을 영국, 캐나다, 일본 등과 제한적으로 맺고 있다. 국제금융 불확실성에 따른 유동성 위기가 올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