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만만찮네…이전 상장했지만 주가는 시들

거래량 증가와 주가 상승 등의 효과를 기대하며 지난 달 상위 시장으로 이전 상장한 종목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내놓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 코스피시장로 옮겨온 동서와 한국토지신탁 등은 코스닥 상장시절에 보다 주가 흐름이 좋지 못하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들 종목이 앞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이목을 끌어야 주가 상승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전 상장 전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3위로 입지를 다졌던 동서 (18,230원 ▼20 -0.11%)는 코스피시장에서는 시총 71위에 머무르고 있다. 동서는 직전 거래일인 지난 26일 코스피시장에서 전일 대비 100원(0.33%) 내린 3만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동서는 코스피시장 첫 거래일인 지난달 15일 3만4700원을 기록했지만 27거래일째인 지난 23일에는 11.96% 내린 3만550원까지 하락했다.


동서에 앞서 지난달 11일 코스피시장으로 이전 상장한 한국토지신탁 (1,009원 ▲3 +0.30%)도 한 달 동안 비슷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토지신탁은 이전 상장하기 한 달여 전부터도 주가가 내림세 나타냈지만 이전 상장 후 기대했던 주가 부양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한국토지신탁은 지난 26일 코스피시장에서 3050원에 마감했다. 코스피시장 첫 거래일에도 전날 종가보다 1.06% 내린 3740원을 기록한 후 18% 이상 하락한 셈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같은 주가 흐름이 이전 상장 효과에 비해 개별 종목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하면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상위 시장으로 이전 상장할 때는 기업가치를 더 높게 재평가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전상장 종목들이 속한 업종에 대한 시장의 전망이 좋지 않거나 개별 기업의 향후 사업 전망에 불확실성이 나타나면서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문준 하이투자증권 건설주 담당 연구원은 "한국토지신탁은 지방과 수도권 외곽에서 분양을 많이 하는데 최근 분양 시장에서 이같은 사업구조가 불리하다는 시각이 퍼져 있다"며 "이전 상장이 한국토지신탁에 긍정적인 이슈가 될 수 있었지만 분양 시장과 회사에 대한 투자자 우려가 주가 상승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음식료주 담당 애널리스트도 "동서의 경우 2분기 실적도 전 분기나 전년 동기 대비 큰 차이가 없는 데다 음식료주 업황에 대한 우려로 이전 상장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들 종목이 코스피시장으로 이사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외국인 지분을 늘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동서와 한국토지신탁은 다른 코스피 종목들에 비해 외국인 지분율이 극도로 적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시총 상위 100위권 종목들은 외국인 지분율이 평균 31% 정도 되는데 동서는 약 11%, 한국토지신탁은 약 4%에 불과하다. 시총 상위 200위권 종목들의 외인 지분율도 23%인 점을 감안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이후 외국인의 투자가 늘어날 수 있는 코스피200지수 편입 등의 이슈가 발생하면 각 종목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장 연구원은 "코스피 시장 이전 효과를 보려면 사실상 개별 기업과 업종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도 "일단 지수에 편입이 되면 지수 추종 펀드를 통해 외인 투자량을 늘릴 수 있어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