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도 못했는데…' 경쟁사 부진에 긴장하는 공모주

공모주의 계절이 돌아오며 공모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지만 의류 OEM, 게임, 유통업종 등 일부 업종의 주가 부진으로 공모가 산정에 대한 고민도 함께 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낮은 공모가가 기대 수익률을 높일 수 있어 긍정적이지만 업황 둔화에 대한 우려가 흥행 부진으로 연결될 수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월 코스피시장에 상장하는 화승엔터프라이즈의 공모가 밴드는 1만4600원~1만6500원으로 정해졌다. 베트남에 생산 거점을 두고 의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사업을 주로 하는 한세실업과 신발 OEM 업체인 대만 Feng Tay, 홍콩 Yue Yuen을 비교기업으로 선정해 밸류에이션을 산정했다. 3개 회사 밸류에이션을 기반으로 적용한 PER(주가수익비율)은 19.23배로 여기에 10.7~21% 수준의 할인율을 적용했다.

한세실업 등 국내 의류 OEM주 주가가 최근 급락하면서 기대보다 낮은 공모가 밴드를 책정한데다 동종업종 주가 하락과 내수 부진 등으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 우려로 할인율도 다소 높게 적용한 편이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화장품업종 등 내수업종 밸류에이션이 상승하며 상장을 추진하는 내수업종 업체들이 많았지만 최근 투심이 악화되면서 주춤하고 있다"며 "특히 패션 OEM업체들은 업황 부진으로 밸류에이션 고민 중"이라고 언급했다.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해 증권신고서 제출을 앞두고 있는 글로벌 아웃도어 의류 OEM업체인 호전실업도 공모가 산정 등을 놓고 마찬가지 고민에 빠진 상황이다. 한세실업은 최근 성장 둔화 등의 우려로 올들어 주가가 51%나 하락했다.

내년 초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게임업체인 넷마블도 동종업종의 주가 부진에 고민이 커지고 있다. 미투온, 넵튠 등 IPO를 진행 중인 게임업체들도 마찬가지다. 모바일 게임산업이 경쟁 심화와 신작 모멘텀에 대한 우려가 지속, 게임업체들의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다. 3분기 들어 컴투스는 16.8% 하락했고 위메이드도 22% 내렸다. 다만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가 신작 모멘텀 등으로 전고점을 넘어서는 등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게 유일한 위안거리다.


이밖에 유통업체, 가전·가구업체 등 내수업종의 주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관련업종의 공모주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모가가 낮아지면 기대 수익률은 높아져 투자자에게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업황 부진으로 인한 저평가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상장 이후 주가 흐름에도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자동차 내장재업체인 두올의 경우 자동차 업종의 전반적인 저성장 흐름에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았지만 저평가 분석에도 공모주 경쟁률이 한자리 수에 그치는 등 부진했다. 상장 이후에도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며 공모가 대비 -30%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가구업체인 까사미아는 한샘, 리바트 등 가구업종 업황 부진으로 기관 수요예측 결과가 좋지 않아 아예 상장을 철회했다. 자이글 역시 수요예측 부진으로 희망공모가에 절반 수준으로 공모가를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