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규제 따른 재산권 침해, 유사 규제로 악화"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규제에 따른 재산권 침해와 중첩규제를 통한 보상회피' 보고서/자료제공=KDI

개발제한구역 설정 등 국가 규제에 따른 재산권 침해와 보상 기준이 필요하지만 일부 지자체의 유사 규제 도입으로 중복 규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상 회피 목적으로 이른바 '규제세탁'을 했다는 것. 중복 규제를 정비하고 재산권 침해가 큰 규제에 대해선 실질적인 보상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호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9일 발표한 '규제에 따른 재산권 침해와 중첩규제를 통한 보상회피'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규제에 대한 손실 보상이 필요한 사례로 △개발제한구역 규제 △도시계획시설 지정에 따른 개발행위제한 규제 등을 꼽았다.

개발제한구역 지정은 해당 토지 소유자 재산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지정에 따른 혜택은 공공이 누리지만 부담은 토지 소유자에게 지워진다. 1998년 헌법재판소는 보상규정을 두지 않은 개발제한구역제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후 토지 소유자에게 '매수청구권'을 부여하며 보상 길이 열렸으나 여전히 직접적인 보상규정은 없다.

도시계획법 상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될 경우에도 공공시설이 건립될 것을 감안, 해당 토지 개발행위가 제한된다. 실제 사업이 추진되지 않아 수십 년 간 지연되는 경우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침해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이 장기간 설립되지 않거나, 새로 지정되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지정 효력을 잃도록 관련 법이 개정됐다.

보고서는 개발제한구역, 도시계획시설과 관련해 지자체가 추가 규제를 도입했다고 지적했다. 우선 서울시는 개발제한구역과 겹치는 지역을 비오톱(도시생태현황) 구역으로 설정해 개발행위를 금지했다. 보고서는 서울시가 재산권 보호에 따른 보상 의무를 피하기 위해 새로운 이름의 유사 규제를 도입했다고 판단했다.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도시자연공원'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사업을 장기간 미집행하더라도 지정 효력이 해제되지 않는 국토계획법 상 '도시자연공원구역'은 증가세다. 중복 규제로 재산권 침해 문제가 오히려 악화됐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비오톱 규제, 도지자연공원구역 등과 같이 재산권 침해가 심각한 규제를 도입할 때는 지자체 단위에서 실시하더라도 반드시 법률을 근거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규제는 중앙정부 차원의 검증절차를 거치고 보상 여부에 대한 판단도 반드시 병행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