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과잉공급 걱정할 때"라는데…(종합)

‘현재의 과열, 미래의 냉각’
분양시장에 대한 진단이다. 이견은 거의 없다. 차이가 있다면 방점을 찍는 지점이다. 어디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정책 방향과 강도가 달라진다.

정부는 후자를 더 걱정한다. 가계 부채 대책을 만들면서도 주택 경기 위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연스레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 후 정부를 향해 “물량 축소로 집값을 떠 받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억울해서였을까.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직접 답을 했다. 29일 오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제6차 금융개혁 추진위원회’ 회의 자리에서다. 임 위원장은 집값 상승 우려에 대해 “과도한 걱정”이라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주택 분양) 공급 과잉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도 했다.

현재 과열보다 미래 냉각을 걱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공급 과잉 → 주택경기 하방 리스크 증가·집단대출 증가세 확대 → 가계부채 건전성 저하’는 금융당국은 물론 정부가 그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임 위원장은 그러면서 2012년을 언급했다. 안 좋은 그림이 현실화됐던 때다. 쏟아진 분양 물량으로 입주 거부와 분쟁이 발생하고 ‘하우스푸어’를 양산했을 시점을 직접 예로 든 것. 일각에서 제기되는 ‘2018년 부동산 위기’는 바로 2012년의 재판으로 받아들여진다.

임 위원장이 사실상 위기 가능성을 입에 올린 게 이례적이지만 그만큼 공급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임 위원장은 “공급 과잉이 지속되면 내년 하반기부터 2012년과 같이 입주 거부, 분쟁이 발생하고 가계부채 건전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관련 금융위 관계자도 “물량 공급 조절 실패가 2012년 사태를 낳았다”며 “2012년의 재연을 막기 위한 선제적 공급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를두고 ‘집값 떠받치기’라는 비판이 따라붙는다. 정부가 가계 부채 대책을 만들면서 ‘주택 관리’를 가져온 때부터 이미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짐이다. 사실 정부의 ‘8.25 가계부채 대책’을 시장은 ‘주택 시장 대책’으로 읽고 있다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이 현실은 시장의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정부는 ‘미래의 위축’을 걱정하지만 ‘현재의 과열’이 갖는 무서움도 살필 필요가 있다.

임 위원장도 “분양시장 과열 지속 등 상황에 대해해 비상대응방안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관계기관과 협의를 완료하는 등 즉각 집행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를 적용받은 집단대출에 대한 관리도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임 위원장은 “기업구조조정도 일정에 따라 흔들림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특히 대우조선 정상화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