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회로 연결성에 외상후 스트레스 치료 열쇠 있다

국내연구진이 대구 지하철 참사 생존자를 대상으로 5년간 추적 연구를 한 끝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극복에 핵심 역할을 하는 ‘편도체 중심 뇌내 네트워크의 종적 변화 양상’을 규명했다.

이는 특정 국소 뇌내 네트워크 강화로 PTSD를 빠르게 회복할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 연구라서 주목된다.


PTSD는 성폭력, 전쟁, 교통사고와 같은 외상 사건 후에 발병하는 정신장애이다. 사건과 관련된 불안한 생각, 감정, 꿈, 사건 관련 단서에 대한 심리적·신체적 반응, 사건 관련 단서 회피, 생각과 감정의 변화, 각성 증가 등의 증상을 보인다.

(왼쪽부터)윤수정, 류인균 교수/사진=이화여대

이화여대 윤수정, 류인균 교수로 이뤄진 연구팀은 고해상도 뇌영상기술을 이용해 PTSD의 회복 과정에서 기억과 의사결정, 감정반응을 담당하는 편도체를 중심으로 공포기억과 관련된 주요 뇌 회로(해마, 시상, 뇌섬엽, 안와전두피질)를 잇는 연결성(네트워크)이 역동적으로 변화하며, 이 같은 변화가 회복 정도나 속도와 연관돼 있다는 것을 관찰했다고 29일 밝혔다. 편도체는 PTSD 발병 및 유지의 핵심 구조물이다.

현 PTSD 치료제는 PTSD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공포기억으로부터 발생하는 우울·불안·불면 등의 일반적인 증상만을 완화할 뿐, 공포기억 억제·제거에는 효과가 없었다.


연구팀은 대구 지하철 참사 생존자 중 PTSD를 가졌던 생존자(30명)를 대상으로 증상 회복 정도를 평가하고, 그들의 뇌영상을 정상군(29명)과 비교 분석하는 추적 관찰을 5년간 수행했다.

연구진은 우선 대구지하철 참사 생존자의 뇌영상분석 결과 편도체와 뇌섬엽의 연결성은 측정시점1(외상 사건 약 1.43년 후)에는 정상군에 비해 강했다가 증상이 회복될수록(측정시점3-외상 사건 약 3.9년 후) 정상인의 수준으로 감소했다.

또 편도체와 시상의 경우 측정시점1에는 정상군에 비해 약화된 연결성을 보이다가 회복이 진행될수록(측정시점3이 될수록) 정상인 수준으로 회복됐다.

편도체와 안와전두피질의 연결성의 경우 측정시점1에는 정상인에 비해 약화된 연결성을, 측정시점2(외상 사건 약 2.7년 후)에는 정상인보다 강화된 연결성을 보였다. 측정시점 3에는 정상인 수준으로 연결성이 회복됐다.

임상 증상의 경우는 편도체와 안와전두피질의 연결성이 높을수록, 편도체와 시상의 연결성이 높을수록 약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연구진은 “편도체와 이러한 구조물(안와전두피질, 시상)의 연결성을 뇌자극기법이나 약물을 통해 강화시킬 경우 증상을 빠르게 경감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기존 연구에서 PTSD 형성과 유지에 주요 역할을 한다고 알려진 구조물인 편도체와 시상 이외에도 뇌섬엽, 안와전두피질과 편도체의 연결성이 공포기억 회복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윤수정 교수는 “편도체와 안와전두피질, 편도체와 시상의 연결성이 강해질수록 PTSD가 약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향후 다양한 뇌자극기법이나 신약 등을 통해 이러한 구조물 간 연결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PTSD의 근본적인 원인 치료법 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