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농약사이다' 할머니 대법서 무기징역 확정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상주 농약사이다' 사건' 피고인 박모 할머니 /사진=뉴스1

농약을 섞은 사이다를 마시게 해 마을 주민 2명을 살해한 '상주 농약사이다' 사건의 피고인 박모씨(83·여)에게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29일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박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박씨는 지난해 7월 경북 상주의 한 마을회관에서 농약을 넣은 사이다를 이웃 주민들에게 마시게 해 할머니 2명을 살해하고 4명을 중태에 빠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씨는 함께 화투를 하던 민모씨가 "속임수를 쓴다"며 화를 냈다는 이유로 범행을 결심했다. 박씨는 평소 이웃들이 자주 마을회관에 모여 사이다를 즐겨 마신다는 점을 노리고 농약을 섞었다.

재판에서 박씨 측은 "사이다에 농약을 섞은 적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특히 혐의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나온적이 없다는 점을 들어 혐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변론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박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당시 국민배심원 7명도 전원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간접 증거들을 종합해볼 때 박씨가 범인이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이다에서 검출된 농약병이 박씨 집에서 발견된 점 △박씨의 옷과 지팡이 등에서 해당 농약 성분이 검출된 점 △박씨가 피해자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박씨는 119에 신고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구호를 요청하지도 않았다"며 "오히려 마을회관의 문을 닫아놔 구조를 지연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씨는 범행 후 법정에 이르기까지 임기응변식으로 주장을 수시로 바꾸고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박씨를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2심도 박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범인이 박씨임을 가리키는 많은 증거가 있다"며 "증거 하나하나로는 박씨가 범인이라고 단정하기에 부족할 수 있지만 증거를 모두 모아놓고 봤을 때는 박씨를 범인으로 보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