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한진해운-채권단, 법정관리 벼랑끝 기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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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12원 ▼26 -68.4%) 법정관리행 여부를 결정하는 채권단 회의가 30일 열리는 가운데,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한진해운·한진그룹의 마지막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한진해운은 27일 새벽 긴급하게 선박 금융 상환 유예를 통보받았고 용선료 인하 협상 타결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28일 밝혔지만, 채권단은 "선박 금융 상환 유예, 용선료 협상 성공은 원래부터 결정 변수가 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처음부터 이들 2가지 협상이 성공적으로 타결될 것이라고 가정하고 한진해운의 내년말까지 부족자금을 1조~1조3000억원으로 산출했었기 때문이다.


29일 한진해운 사정에 밝은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지난 일요일 갑자기 선박 금융 상환 유예와 용선료 인하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고 공표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이들 2가지는 부족자금 계산에 원래 들어있던 것이어서 한진해운의 당면한 유동성 부족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채권단이 부담을 느끼는 부분이라면 세계 7위 국적선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해외 영업망이나 해운업 붕괴 등 국가적 손실이 크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28일 한진해운은 독일 코메르츠, 프랑스 크레디 아그리콜 등 해외 금융회사로부터 2019년까지 총 1280억 원 규모 선박금융 채무 유예 의사를 전달받았고, 용선료 협상에서 마지막까지 난색을 표하던 캐나다 시스팬도 채권단 동의를 조건으로 용선료를 인하해주겠다고 밝혀왔다고 전했다.

한진그룹은 지난 25일 한진해운 관련 5600억 규모 추가 자구안을 제출하면서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부채비율 1000%가 넘는 대한항공이 한진해운 지원을 위해 이번 자구안을 포함해 1조원이 넘는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만큼 더 이상 증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한진해운이 태평양 노선 등에서 강점을 갖고 있고 글로벌 영업네트워크가 탄탄한 만큼 국내 해운산업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와 채권단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채권단은 당초 한진그룹에 5600억원이 아닌 7000억원 규모 자구안을 요구했고, 한진그룹의 추가적인 유동성 지원 없이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원칙론을 굽히지 않고 있다.


채권단은 한진그룹이 19~20일 데드라인을 넘겨 25일에서야 자구안을 제출한데다 자구안 규모도 7000억원에 맞추지 않고 5600억원이어서 '성의'가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에서는 한진해운 법정관리시 손실액을 140억달러(약 15조6000억원) 이상으로 추산하면서 한진해운 법정관리행을 막아야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와 한국선주협회 등은 29일 국회에서 '해양 강국 포럼'을 열어 "국내 1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당장 디 얼라이언스 퇴출, 영업망 붕괴 등 청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합병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하는 즉시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컨테이너 120만개가 일시에 묶이면서 물류 대란이 발생하고 140억달러에 달하는 화물의 운송지연 클레임이 속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장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합병은 현실화되기 힘들다. 익명을 요구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시황이 돌아오려면 최소한 내년말까지 버텨봐야하는데, 지금 상황에서 양사의 합병은 부채비율만 키울 뿐 시너지가 날 수 없다"며 "일단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피하고 봐야지 양사의 합병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30일 산은 등 채권단은 한진그룹이 지난 25일 제출한 한진해운 관련 5600억 규모 자구안을 두고 법정관리를 신청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만약 자구안이 반려되고 채권단 자율협약 종료 기한인 9월 4일을 넘기게 되면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