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의 눈물, 롯데의 눈물…'첩첩산중 심경'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인원 부회장의 빈소를 향하고 있다. 2016.08.27. 사진공동취재단 뉴시스 박문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인원 정책본부장(부회장) 빈소에서 흘린 눈물이 현재 롯데그룹이 처한 심경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영권 분쟁부터 검찰 수사까지 1년간 끊임없이 이어진 그룹 이슈 와중에 '롯데의 맏형'으로 임직원의 중심을 잡은 이 부회장에 대한 애도뿐 아니라 가시밭길처럼 펼쳐진 롯데그룹의 앞날에 대한 먹먹함이 눈물로 표출됐다는 해석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29일 "신 회장이 이 부회장 빈소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임직원들의 가슴도 먹먹했다"며 "이 부회장에 대한 추모의 의미도 있겠지만 롯데그룹의 현재 상황이 투영돼 임직원들에게도 공감되는 롯데의 눈물"이라고 말했다. 신회장은 이날 이 부회장 빈소를 지난 27일에 이어 두번째로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롯데그룹은 창사 이래 최대 난관을 겪고 있다. 지난해 7월 촉발된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올 들어서는 검찰의 비자금 의혹 수사까지 겹치면서 진퇴양난의 처지다. 이 가운데 이 부회장까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임직원들의 사기도 바닥을 헤매고 있다.

신동주 전 롯데그룹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과 경영권 분쟁이 종착역으로 향하는 듯 싶은 시점에 검찰수사가 본격화됐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이 약속한 롯데그룹 개혁도 사실상 좌초 상태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 당시 신 회장은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으로 호텔롯데 IPO(기업공개) △순환출자 해소 △지주회사 전환 △경영투명성 제고 등 4대 중점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신 회장이 약속한 이같은 과제는 이 부회장이 이끌던 정책본부가 맡았다. 지배구조개선 TF(태스크포스)를 발족해 롯데그룹 개혁을 시험대에 올렸다. 롯데그룹 개혁은 순항하는 듯 했지만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오히려 후퇴한 상태다. 특히 한국과 일본 롯데의 연결고리를 끊는 호텔롯데 IPO는 검찰수사가 상장 요건 등에 영향을 미치면서 실현 가능성이 미지수다.

4대 개혁과제는 롯데그룹이 국민과 약속한 사안이기 때문에 신 회장이 직접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호텔롯데 IPO 등 핵심 개혁과제 실천이 사실상 무산되는 등 국민과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신 회장은 매우 안타까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이 부회장과 인연도 있지만 현재 롯데의 상황이 저절로 겹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 나왔을 것"이라며 "롯데그룹의 현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눈물"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 부회장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검찰 수사는 시간의 문제일 뿐 장례가 끝나는 시점에 재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1)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62), 소진세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 등 그룹 핵심관계자들의 줄소환이 예고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