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ELS?" 기초자산 규제-회계처리 깐깐해진다

머니투데이

송정훈 기자

금융당국이 하반기 중 특정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주가연계증권)의 고강도 발행 규제 방안을 검토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방안이 쏠림현상에 따른 원금손실 피해 우려 때문이지만 과도한 규제로 시장을 고사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수익 ELS가 한때 저금리 시대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각광 받던 상황이 무색한 상황이다.

◇H지수이어 유로스톡스 시장도 메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검토 중인 방안은 기존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H지수)와 유로스톡스(Eurostoxx)50 등 대표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발행을 제한하는 것이다. 핵심은 두 가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H지수에 이어 유로스톡스50 등 ELS 발행 제한과 ELS로 조달한 운용자산에 대해 현행 고유계정이 아닌 신탁계정 등으로 운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우선 원금손실 우려가 커지는 ELS 자산과 부채를 별도 신탁계정으로 회계처리하는 방안이다. 자산과 부채가 혼재된 회사자산이 아닌 고객자산으로 분리, 차입 제한 등 운용규제를 강화해 ELS로 조달한 자금을 투명하게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고유계정은 자산을 담보로 증거금 등 차입이 가능하지만 신탁계정은 원천적으로 차입이 금지된다.

때문에 ELS의 운용자산 헤지(위험회피) 시 자산 운용상 제약으로 수익률 메리트가 떨어지면 결국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발행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증권사나 고객 모두 최대 강점인 ELS의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상품을 외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LS 발행 제한은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증권사들의 H지수 ELS를 상환액 한도내에서 발행토록 하는 자율협약을 유지하면서 유로스톡스50 ELS에 대해서도 비슷한 자율협약을 도입하는 방안이다. 금융위가 직접 발행을 제한하지 않고 증권업계가 자율적으로 발행을 줄이는 방식이다.

◇"쏠림현상 때문vs과도한 규제"=감독당국이 다시 ELS 발행 규제 카드를 꺼내 든 건 지난해 하반기부터 H지수에 이어 올들어 유로스톡스50 ELS의 쏠림현상 때문이다. 수익률이 기초자산에 연동되는 지수형 ELS의 특정 지수 의존도가 심화되면 지수 급락 시 고객과 증권사가 대규모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현재 지수형 ELS 잔액 70조원(복수 지수 포함) 중 유로스톡스50 관련 ELS 발행 잔액은 약 43조원(60%), H지수 관련 발행 잔액은 36조원(50%)에 달한다. 사실상 두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이번 규제가 관리 투명성 제고와 업계 자율 명목을 내세우고 있지만 인위적인 판매 감소로 이어져 시장 자체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금융투자 상품이라며 규제에 손을 놓고 있다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표적인 재테크 상품의 판매를 줄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LS 상품은 현재 평균 수익률이 연 1%대 예금에 비해 3% 전후로 높은 수준이다.

업계 전문가는 "예금 등 원금보장형과 달리 원금비보장형 금융투자상품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추구하는 만큼 리스크 부담을 상당부분 증권사와 고객이 진다"며 "증권사는 헤지를 통해 수익률 하락 리스크를 줄이고 고객은 자신의 투자성향과 지수 변화 등을 감안해 상품을 선택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