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지나 주가도 서늘?…‘모멘텀’ 못 찾는 음식료株

올해 ‘여름 성수기’에도 부진한 주가 흐름을 벗어나지 못한 음식료 업체의 고민이 깊어졌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업종 주가를 이끌었던 신제품이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서다. 증권업계에서는 실적 모멘텀이 가시화될 때까지 보수적인 투자의견을 견지한다는 입장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 음식료품 업종지수는 연초 대비 약 24% 급락했다. 시가총액도 동기간 40조원에서 31조원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지난 5월 해태제과식품 상장 효과로 반짝 상승한 기간을 제외하면 사실상 올해 2월부터 하락 곡선을 그려왔다.

8월 들어 증시 훈풍을 타고 음식료 업종도 반등 조짐을 보였지만, 2분기 어닝쇼크(실적충격)를 기록한 업체들을 중심으로 주가가 또 한번 크게 떨어졌다. 농심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49% 떨어진 124억원을 기록해 감소율이 가장 컸다.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주가는 최근 한달간 약 10% 떨어졌다.

오리온도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3%, 41% 떨어진 4962억원과 279억원을 기록했다. 이달 들어 주가가 약 20% 급락했다. 이외에도 빙그레, 롯데제과, 롯데푸드, 크라운제과 등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며 주가에 빨간불이 켜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주가 하락 원인으로 신제품 흥행을 비롯한 실적 모멘텀 부재를 꼽는다. 올해 들어 해태제과가 ‘타코야끼볼’과 ‘오꼬노미야끼칩’을, 오리온이 ‘초코파이 바나나’와 ‘스윙칩 간장치킨맛’을, 농심이 ‘보글보글 부대찌개면’ 등을 출시했으나 지난해 ‘허니버터칩’ 흥행에서 비롯한 ‘신제품 효과’를 재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새로운 성장테마로 각광받았던 ‘히트 제품’ 출시가 견고한 실적 동인으로 자리잡는데 실패했다”며 “오히려 성공한 제품을 그대로 따라한 ‘미투(Me Too)제품’이 등장하면서 경쟁을 심화시키는 등 기업 수익성을 훼손시켰다”고 판단했다.

이에 오리온 중국법인은 지난 5월 망고맛 ‘오!감자’와 ‘스윙칩’을 출시하는 등 일부 업체들이 중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수출 우려와 중국 제과시장 성장 둔화로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반면 부진한 업황에 비해 밸류에이션은 아직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업종 PER(주가수익비율)은 24배 수준이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오뚜기와 풀무원 등 일부 음식료 업체들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여전해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단, 농심과 현대그린푸드 등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역사적 밴드 하단까지 주가가 하락한 업체들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가 유효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