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아파트도 '전기요금 분납' 적용(상보)

서울 중구의 한 다세대 주민이 에어컨 가동이 늘어나면서 누진제로 인한 전기료 폭탄을 우려하며 전기 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누진제로 인한 가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된 전기요금 분납제도가 아파트까지 확대된다. 계약 상의 어려움을 호소하던 한국전력이 소비자의 불만이 커짐에 따라 태도를 전환하면서다.


한전은 오는 9월부터 아파트 거주 주민에게도 전기요금 분납제도를 적용한다고 29일 밝혔다.

분납제는 누진제로 인해 '전기요금 폭탄'을 맞는 세대가 발생함에 따라, 납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도입됐다. 애초에는 가계부담과 연체현상을 동시에 줄여줄 것으로 기대가 됐다.

문제는 주거 형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아파트에는 분납제도가 적용되지 않아, 아파트 거주세대의 불만이 커진 것이다. 7월 전기료 고지서가 지난 12일부터 발부돼 "요금폭탄을 맞았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아파트는 관리비에 전기료가 포함돼 있고, 관리비와 전기료를 분리해 납부하는 아파트는 일부에 불과하다.


이에 한전 측은 가구별 계약이 돼 있는 게 아니고 '단일계약'을 통해 단지별로 계약이 돼 있어, 각 가구의 전기료에 분납을 적용하는 게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줄곧 내비쳐왔다.

아울러 관리사무소가 한전에 아파트 전체의 요금을 내야하는 '납기일'과 개별세대가 관리사무소에 세대별 관리비를 내야하는 '관리비고지서상 납기'에도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전기요금 납기일이 매달 5일이지만, 관리비 납기일은 매달 30일인 경우다.

때문에 한전은 지금까지는 단독주택과 한전이 개별 세대에 직접 요금을 청구하는 아파트 163만 가구만을 대상으로 분납제를 적용해왔다.

한전 관계자는 "일반적인 아파트의 경우 한전과 전기를 사용하는 세대가 직접 계약을 맺은 것이 아니어서 분납에 기술적인 어려움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분납제 확대 실시를 통해 앞으로는 아파트 거주자도 7~9월 전기요금이 10만원 이상이거나 지난 6월보다 요금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경우에는 전기요금을 나눠 낼 수 있다. 7~9월 전기요금의 50%를 우선 납부하고, 나머지 금액은 3개월에 걸쳐 납부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한전은 가장 빠른 납기일인 9월5일부터 아파트에 거주하는 세대들도 분납제도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다음달 5일에 요금을 내는 세대는 지난 7월15일부터 8월14일까지 요금을 사용한 가구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세대는 우선 관리사무소에 분납 신청을 하면 된다. 관리사무소는 세대별 분납 수요를 파악해 한전에 납기일 전까지 분납 여부를 통보하면 분납이 가능하다.

한전 관계자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개별 세대도 분납제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개선할 계획"이라며 "가능한 많은 세대가 분납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