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와 노후준비 중 우선순위는…

최근 어머니 모임에서 오가는 이야기 중에 유명 아나운서의 교육성공담이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과거 평범했던 자녀를 어머니의 철저한 교육방법을 통해 현재 잘나가는 유명인으로 만들었다는 성공스토리다. 이 사례는 ‘현대판 맹모삼천지교’의 한자성어를 떠올리게 한다.

요즘 자녀가 조금이라도 어릴 때 영어를 정복시켜주고자 영어유치원에서부터 영재학원까지 보내고, 그것도 부족해서 기러기까지 자처하며 해외로 떠나는 부모가 늘고 있다. 오죽하면 ‘자녀를 성공시키기 위한 3대 요소’ 중에 어머니의 정보력이 순위에 포함될 정도이니 한국 어머니들의 자녀에 대한 교육열은 단연 세계 최고인 듯하다.


한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들어가는 교육 비용이 3억원이 넘는다는 조사내용이 있을 정도로 요즘 어머니들의 자녀교육열은 도를 넘어서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이렇게 투자한 아이들에게 ‘장래의 꿈’을 물어보면 희망하는 직업과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이가 많지 않다고 한다. 정작 자신의 꿈을 생각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엄마의 꿈 = 본인의 꿈’ 이라는 생각으로 부모 손에 이끌려 학원부터 해외교육까지 전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현대판 교육열은 주변을 의식한 어머니의 조바심에서 촉발된 사교육의 이면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자녀교육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부모의 노후준비는 어떨까? 자녀를 좋은 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 선행학습을 시키는 것같이 본인의 노후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자산까지 분산해서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을까?

◇과도한 자녀교육은 노후파산의 지름길?


예전에는 ‘자식농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성공한 자녀가 집안을 일으켜 세우고, 부모의 노후까지 책임지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에도 자식을 대학 보내기 위해 시골의 가축이며, 토지까지 팔아서 서울로 유학을 보내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유학을 해외로 가는 시절이니까 이런 이야기는 호랑이가 담배 피던 옛 이야기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예나 지금이나 부모가 자식을 위해 베푸는 무한한 사랑은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과 같이 당연한 이치 인 듯하다. 그래서 자녀에게 주는 사랑에는 하나의 ‘조건’이 있는데 그 조건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무(無)조건’ 이라고 하는 것일까?

그런데 무조건적인 부모의 사랑과는 달리 자녀세대의 인식은 세월이 흐르면서 많이 변하고 있는 것 같다. 빈곤문제국제개발연구원의 ‘부모 부양 책임감의 세대간 차이’의 연구자료에 의하면 고학력, 고소득의 자녀가 그렇지 않은 저학력, 저소득의 자녀보다 부모부양지수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왔다고 한다. 만약에 올인형(몰빵형) 교육투자를 통해 키운 내 자녀가 부모의 노후준비 실패원인을 부모의 탓으로 돌리며 부모의 부양을 거부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상황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이 현재 부모세대에서 발행해놓은 빚(국채)으로 인해 자녀세대가 앞으로 감당해야 할 세금부담이 커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결국 자녀세대는 스스로 경제적인 독립을 하기에도 빠듯한 시대가 올 것이고 이런 험난한 시대를 ‘각자도생’의 시대라고 한다.

실례로 최근 퇴직한 베이비붐 세대의 상담사례를 보면 전체자산의 70%이상을 차지하는 거주부동산을 매각해서 자녀결혼자금을 일부 지원해주고 당신들은 자녀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지방으로 귀촌을 선택하는 은퇴자도 있다고 한다. 사례와 같이 은퇴 후 귀촌의 삶이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자녀를 위해 어쩔수 없이 한 선택이라고 하면, 왠지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일본 와타나베 부인에게 배우는 노후준비 방법

일본은 우리와 달리 자녀가 뚜렷한 목표없이 대학에서 허송세월을 하는 것보다 기술을 배우는 것이 더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녀가 대학을 가길 원하지 않으면 보내지 않는다고 한다. 때문에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스스로 독립을 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만약 일본과 같이 자녀의 대학입학을 목표로 한 과도한 교육비 지출을 줄 인다면, 본인의 노후준비를 조금 더 앞당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은 잃어버린 20년 동안의 저금리 저성장의 경제 어려움 속에서도 일본의 부모들은 잘 버티고 있는지 모른다.

또한 이 당시 단카이 세대의 부인(와타나베 부인)들은 발빠르게 해외투자로 눈을 돌려 은퇴자산을 증식시켰다. 우리 어머니들도 자녀에게 영어와 중국어를 교육시켜 글로벌 인재로 키우려 했던 것처럼 본인의 은퇴자산도 글로벌 자산에 투자해서 관리를 해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노후준비에 대해 어떻게 되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하기보다는 지금부터라도 은퇴설계를 통해 자녀교육비와 본인의 은퇴자금과의 균형점을 찾아보아야 할 때이다. 현재 노후를 위한 투자가 미래에 자녀의 행복을 위한 사랑임을 잊지 말고, 행복한 노후를 위해 글로벌 연금자산을 키워보시라고 한국의 열정부모님들께 조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