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신상공개 15년… "성범죄 계속 늘었다"

성매매·성폭력 관련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한 지 15년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성범죄는 우리 주변에 만연한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성범죄 근절을 위한 근본적 대책이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에 머물러선 안된다고 지적한다.


2001년 8월30일 정부는 미성년자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 근절을 위해 성범죄자들의 신상을 공개토록 했다. 1990년대 후반 한국에서 유행처럼 퍼진 '원조교제'가 발단이 됐다.

본래 '원조교제'란 일본에서 중년들이 10대 청소년들에게 고가의 물품이나 용돈을 주면서 사귀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였다. 한국에선 10대 청소년과 성인의 성매매를 지칭하는 단어로 변질됐다.

원조교제는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까지 발전했다. 전문직 남성부터 정상적인 가정을 이루고 있는 회사원까지 청소년 성매매로 적발된 사례가 나날이 증가한 것. 하지만 이들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에 불과했다. 적발되더라도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쳤다.

이후 사회적으로 청소년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2000년 2월 성매수자와 성폭력 등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을 공개하는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된 배경이다. 2001년 8월30일, 성범죄자 169명에 대한 신상공개가 이뤄졌다. 이후 6년간 공개된 성범죄자수만 6519명이었다.


6년 후인 2007년 정부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자신이 사는 지역에 거주하는 성 범죄자를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듬해에는 성범죄자 일부에게 전자발찌를 채워 이들을 관리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노력에도 성범죄는 줄지 않고 오히려 더 늘어나는 추세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성범죄 발생건수는 2만9863건. 9년 전인 2005년(1만1551건)보다 약 2.5배 가량 증가했다. 1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도 오히려 늘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13~20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2005년 714건에서 2014년 2564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경찰 관계자는 "성폭력에 대해선 친고죄가 도입되고 성폭력 범죄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신고율이 늘어났다"며 "단순히 성범죄율이 높아졌다고 보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희 경찰대학교 교수도 "신상공개와 전자발찌 등 성범죄자 처벌 방법이 이중처벌, 법적 효과, 재사회화에 도움이 되는지 등 여러 가지 논란이 있지만 이런 제도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아동을 더 철저히 보호하자는 사회적 합의하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성범죄자를 공개하는 것으로 성범죄 예방은 어렵다고 지적한다. 신상공개와 전자발찌 착용 등 사후 처벌보다 성범죄 예방을 위한 정책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성범죄를 저지를 사람의 일부를 '괴물화'시켜서 이들의 처벌을 강화하는 것으론 성범죄를 예방할 수 없다"며 "대부분의 성범죄가 지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미뤄보면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 만큼 성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교육을 체계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아직까지 성범죄 신고율은 10%로 그 중 약 절반만이 처벌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되고 이들의 처벌을 확실히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 일부에게 적용되는 전자발찌나 신상공개만큼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