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 벤처투자시장, 스타트업 투자·기술창업 이끈다

"우리가 만든 학급경영도구 온라인 시스템 '클래스(Class)123'은 전세계 선생님 7만명이 쓰고 있습니다. 내년 1분기에는 국내 초등학교의 절반, 2019년 미국 초등학교의 10%가 사용하는 걸 목표로 세웠습니다."(이충희 브레이브팝스컴퍼니 대표)


지난 22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중소기업청·미래창조과학부·문화체육관광부 주최, 벤처캐피탈협회·창조경제추진단 주관으로 열린 '2016 벤처투자컨벤션'은 40개 벤처기업이 자신에게 주어진 5분을 활용, 88개에 달하는 벤처캐피탈을 대상으로 기업의 가치를 파는 '실리콘밸리' 투자설명회 방식으로 진행됐다. 보통 10여개 남짓한 기업과 투자회사가 참여하던 투자설명회와 견주면 역대 최대규모다.

현장은 행사 시작 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발표장 밖에선 투자유치를 위해 각종 장비를 들고 온 벤처기업 대표와 관계자가 프레젠테이션을 연습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발표가 끝나면 벤처캐피탈의 질의가 쏟아졌다. "수익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는 펀드매니저의 질문에 이충희 대표는 "기업의 제휴 마케팅과 아바타 관련 상품 판매로 수익성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며 실제 사례를 소개했다.

벤처캐피탈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벤처캐피탈 심사역은 "벤처기업은 아주 짧은 시간에 누구와 만나서라도 자신의 사업과 경쟁력이 무엇인지 설득력 있게 말해야 한다"며 "투자자를 이해시키지 못한 비즈니스는 소비자의 마음도 살 수 없으며 그런 관점에서 2~3개 업체가 눈에 들어왔다"고 귀띔했다. 전체 벤처캐피탈(118개)의 75%에 달하는 88개 업체가 참여했고 투자를 유치하려는 227개 벤처기업이 몰렸을 만큼 성황을 이뤘다.

지난 22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6 벤처투자컨벤션'에 참석한 황교안 국무총리(왼쪽 2번째)와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왼쪽 4번째), 이용성 벤처기업협회장(왼쪽 5번째). /사진제공=중소기업청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미국의 벤처캐피탈은 벤처기업과 투자설명회 등을 통해 인연을 맺은 뒤 전자메일을 통해 꾸준히 교류하며 사실상 컨설팅을 진행해 실제 투자까지 진행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벤처펀드 조성액과 투자액 모두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을 만큼 벤처투자시장이 활황기를 맞고 있다. 중기청은 이번 행사가 투자시장의 온기를 우수한 창업 초기 벤처기업으로 확산하는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올 상반기 신규 펀드 조성액은 1조6682억원으로 전년 동기(6181억원)에 비해 169.9% 급증했다. 역대 상반기 실적으로 최고치다. 올해도 자금줄을 확보한 벤처펀드가 이른바 '분무기'처럼 자금을 고르게 뿌려 성장 잠재력을 갖춘 창업 초기기업이 뿌리를 내리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벤처펀드는 올 상반기 투자액 9488억원 중 창업 3년 이하 초기기업에 3754억원을 투자해 전체의 39.6%를 차지했다. 지난해 상반기 창업 초기기업 투자금액과 비중이 각각 2683억원, 27.0%였던 것과 비교하면 올 들어 벤처펀드가 신생 벤처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강화했음을 보여줬다.

엔젤투자자의 '귀환'도 고무적이다. 창업 초기기업에 투자하는 개인을 일컫는 엔젤투자자는 지난해 1399억원(소득공제 신청 기준)을 투자했다. 벤처거품이 꺼지면서 투자가 급감한 2004년 이후 최고치다. 2013년 이후 연평균 57% 급성장하고 있고 지난해 투자실적에 대한 엔젤투자자의 소득공제가 2018년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투자액은 훨씬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엔젤투자자가 벤처기업(벤처 확인을 받은 업체)에 투자한 금액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조세특례제한법 상 투자연도부터 3개 과세연도 소득에 대해 선택적으로 공제 신청이 가능하다.

이러한 투자시장의 재건이 법인 창업을 견인하고 있다. 올 상반기 신설법인은 전년동기대비 4.0%(1845개) 증가한 4만8263개를 기록,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엔젤과 벤처캐피탈의 질적·양적 성장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기술과 아이디어를 갖춘 창업을 유도해 창업의 질도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임동욱 피치케이블 대표는 "창업 초기기업은 자금조달에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사업 아이템에 맞는 벤처캐피탈을 찾아 성공적으로 투자를 유치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이날 행사에서 기업 특성과 상황에 많는 투자기관을 사전매칭을 통해 한 자리에서 만나 심도있는 상담을 진행하면서 그동안 느꼈던 갈증을 해갈한 느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