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이호진 前태광 회장, 다시 심리…유죄는 인정돼"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11년 1월 서울서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이호진 당시 태광그룹 회장/사진=이명근 기자

1000억원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5년7개월째 재판을 받고 있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54) 사건이 파기환송심까지 이어지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3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에게 징역 4년6월에 벌금 1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횡령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 전 회장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게 아니라 횡령 대상을 원심과 달리 판단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1·2심은 이 전 회장이 세금계산서 없이 거래를 하며 빼돌린 196억원 상당의 회사자금 대상을 '태광산업이 생산한 섬유제품'으로 삼았지만, 대법원은 이를 제품이 아닌 '판매대금'으로 봐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 "이 전 회장이 판매대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이를 개인적으로 쓸 의사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횡령의 대상을 섬유제품으로 전제하고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를 포탈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다시 판결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 전 회장의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해선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과 판단을 같이 했다.

이 전 회장은 허위 회계처리로 비자금을 조성해 회사자금을 빼돌리고 손자회사의 주식을 저가로 매수하며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2011년 1월 구속기소됐다.

이 전 회장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 티브로드를 운영하면서 CJ미디어의 채널 배정 청탁을 들어주고 그 대가로 주식을 받아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배임수재), 신고기한이 지난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를 포탈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 등도 받았다.

그는 간암 판정을 받고 이듬해 6월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임해 왔다.

1심은 "좋지 않은 건강상태 등을 고려하더라도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징역 4년6월에 벌금 20억원을 선고했다. 2심은 일부 범죄사실을 면소(공소권이 없어져 기소를 면제) 판결해 벌금 액수만 10억원으로 낮추고 실형 판단은 동일하게 유지했다.

한편 이 전 회장의 모친인 고(故) 이선애 전 태광산업 상무는 2심에서 징역 4년에 벌금 10억원이 확정됐다. 그는 고령과 건강상의 이유로 형집행정지 상태에 있던 중 지난해 5월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