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법정관리 불가피…해운·항만·조선 '후폭풍'

한진해운 (12원 ▼26 -68.4%)의 유동성 확충 방안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채권단이 자율협약 중단을 선언했다. 추가 지원을 거부한 것으로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컨테이너선사인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는 곧 청산을 의미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해외 선주들의 채권 회수가 시작되면서 한진해운 소속 선박 90여척이 전 세계 곳곳에서 압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에 출범하는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에서도 퇴출당해 원양선사의 역할을 하기가 어렵게 된다. 유동성 부족에 정상영업까지 불가능해지면 파산을 피할 길이 없다.

이렇게 되면 단순히 국내 1위, 세계 7위 국적선사 하나가 간판을 내리는 것을 넘어 국내 해운 기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운, 항만, 조선업 등 연관 업종에 도미노식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 파산하면 원양 서비스 노선이라는 국가 네트워크 자산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진해운의 가장 큰 자산은 글로벌 네트워크다. 컨테이너선 99척, 전용 터미널 11개, 해외 현지법인 23곳, 영업지점 100개를 갖고 있다. 세계 90개 항만을 연결하는 노선 74개도 운항하고 있다. 해운업에서 1개의 원양 서비스 노선을 구축하려면 통상 1~2조원이 들어가는데, 한진해운이 무너지면 수십 조 원에 달하는 노선이 사라지게 된다.

국내 관련 업계도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선주협회는 한진해운 파산 시 관련 업계에 연간 20조1500억원의 경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집계했다. 부산항의 경우 터미널 수입이 줄고 선박관리와 수리보험이 급감하면서 4400억 원 규모의 피해를 볼 수 있다. 해운업계 역시 한진해운 매출 소멸, 운임 폭등으로 인한 물량 감소, 환적화물 급감 등으로 9조 2400억원 타격을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국내 수출입 화주들이 매년 4407억 원의 운송비를 추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전망됐다. 운송비 부담이 늘면 국내 수출 가격도 덩달아 0.7~1.2% 상승하는 등 수출 경쟁력도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출업계 관계자는 "컨테이너선이 필요할 때 한진해운을 이용하는데, 법정관리에 들어가 사업을 못하게 되면 외국계 선사를 써야 한다"며 "이에 따른 비용이나 시간면에서 유리할 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그러나 한진해운의 부재를 현대상선 (14,670원 ▼810 -5.23%)이 대체할 수 있어 운임 인상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반론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해운동맹에서 퇴출당해 다른 동맹사들이 부산항을 환적 거점으로 이용할 이유도 없어져 물량 충격이 더할 것으로 예상했다. 부산항의 환적 화물을 상당 부분 일본 항구에 뺏길 것이란 의미다.

채권단은 그러나 내년 4월 해운동맹 출범 후 소속 해운사들이 모두 환적 기지에서 부산항을 제외한다는 가정 자체가 과장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7조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부분에서는 그쪽(선주협회) 나름대로의 근거가 있겠지만 거기까진 아닐거라고 본다"며 "문제를 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선주협회는 이 여파로 해운·부산항만 업계를 통틀어 2347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우려했고, 나아가 조선업계도 안정적인 선박 발주량이 줄며 추가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반면 해외 선사는 한진해운 붕괴로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해운은 세계 7위 선사지만, 아시아~미주 노선 점유율은 7%로 세계 1~2위인 머스크(9%), MSC(7%) 등과 대등한 수준이다. 이를 고스란히 외국 선사가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