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버리도 레고도…브랜드 종착지 된 '디지털'

/형원준 SAP코리아 대표 /제공=SAP코리아

'베이지톤 트렌치 코트를 입은 여인' 영국 패션 명가 '버버리'를 연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올드(Old)'함의 대명사로 불리던 버버리가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확 변했다. 매장에서 쌓은 고객 경험을 온라인으로 끌어들였다. 인공지능(AI)기반 시뮬레이션으로 고객의 구매·검색 경험을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버버리는 혁신에 성공한 마케팅 사례로 손꼽히게 됐다.


어렸을 적 누구나 한번은 갖고 놀았던 블록을 만들어 판매하는 '레고'. 이 회사는 한때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게임기에 밀리면서 위기에 처했지만 디지털 시대의 조류를 성공적으로 활용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레고는 물리적으로 만들기 어려운 사물을 실현해주는 '디지털 레고'를 창안했다. 컴퓨터를 켜면 우리 집 앞에 빨간색 벽돌로 만든 에펠탑을 세울 수 있는 세상을 아이들에게 선물했다.

디지털을 중심에 둔 마케팅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는 글로벌 브랜드들의 전략이 30일 SAP코리아가 주최한 '디지털 경험 보고서' 발표 자리에서 소개됐다. 디지털 경험이란 이용자가 디지털에 기반한 서비스를 통해 느끼는 만족감, 불만사항 등을 총칭한다.

SAP는 이날 한국을 포함한 아태 10개국의 분야별 700여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디지털 경험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계 선두주자로서 디지털 시대에 업계와 기업이 지향해야 할 방향성을 제시해준다는 취지에서다.

평가는 브랜드에 대한 애정, 몰입 경험, 개인화 서비스 등 총 14개 항목으로 이용자들의 경험을 측정해 점수화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SAP는 브랜드별 점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나라별 디지털경험 만족도는 공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7개 산업군 37개 브랜드가 제공하는 디지털 경험에 만족한다고 답한 소비자가 전체(3000명)의 25%에 그쳤다. 이는 아태지역 전체 평균인 35%에 미치지 못하고 필리핀(54%), 말레이시아(43%) 보다 떨어지는 수치다.

디지털 경험이 불만족스럽다고 평가한 소비자는 전체의 37%인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경험 만족지수가 플러스(긍정)로 나온 국내 브랜드는 전체 37개 중 9개에 불과했다.

SAP는 디지털 경험 만족도가 브랜드 충성도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점을 강조했다. 브랜드를 계속 이용하겠다고 답한 소비자는 디지털 경험에 만족한 소비자의 56％에 달했지만 불만족한 소비자의 6％에 그쳤다. 브랜드 추천 의향을 표시하는 순수고객추천지수(NPS)도 만족한 소비자는 46％, 불만족한 소비자는 -74％로 큰 차를 드러냈다.

형원준 SAP코리아 대표는 "이번 조사를 통해 디지털 경험지표와 NPS 상관관계가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고객들이 손 끝에서 브랜드를 갈아타는 세상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