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연기금의 귀환…연말까지 산다

8월 중순부터 순매수로 돌아선 연기금이 증시의 구원투수로 등극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연간 주식 투자 목표를 채우기 위한 순매수가 연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30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7.39포인트(0.36%) 오른 2039.74에 마감했다. 외국인(579억원)과 기관(1217억원)의 동시 순매수로 지수는 닷새 만에 반등했다.

연초부터 8월 중순까지 별다른 매수 움직임이 없던 연기금이 8월18일을 기점으로 순매수 기조로 돌아서며 증시의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연초부터 8월17일까지 연기금의 누적 순매수는 2701억원에 그쳤는데, 8월18일부터 이날까지 순매수가 5616억원에 이르렀다. 8월 중순 시작된 연기금의 순매수 드라이브가 코스피의 수급 안전판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9월, 연기금 수급의 백미(白眉)=연기금 순매수가 재개된 8월18일은 코스피가 2050선을 다시 한번 넘어서며 연고점을 경신한 날이다. 전문가들은 지수가 이미 박스권 상단에 이르렀는데도 연기금 순매수가 시작됐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연기금의 8월17일까지 누적 순매수가 2701억원에 불과한 이유로 위탁운용 자금의 인덱스 펀드 전환을 들었다. 상반기 국민연금이 액티브 운용 자금의 상당 부분을 패시브(인덱스)로 돌렸는데 그 과정에서 상당 기간 자금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때문에 국민연금은 연간 주식투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9월~12월에 집중적인 순매수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6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부문 평가액은 95조5000억원으로 전체 운용금액의 17.8%를 차지하고 있다. 2016년 연간 목표 포트폴리오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20%이기 때문에 비워둔 주식 비중을 채우기 위한 연기금 순매수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2011년 이후 연기금의 월별 순매수 규모는 9월이 가장 컸고 8월, 12월, 11월, 10월 순으로 대부분의 순매수가 하반기에 집중됐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통상 연기금 수급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우세했고 8~9월이 백미였다"며 "연기금 수급 변화에 주목해 옥석을 가려 매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연기금, 삼성·현대차그룹주 '러브콜'=연기금 순매수가 재개된 18일 이후 매매 특징은 크게 △IT 소재 산업재 등 대형 수출주 △저평가 대형주(주가순자산비율이 낮은 종목) △삼성그룹 지배구조 관련주로 나타났다.

18일부터 연기금이 순매수한 종목을 살펴보면 삼성전자, 삼성물산이 각각 1982억원, 1581억원으로 1,2위를 차지했다. 그밖에 순매수 20위권에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SDI 삼성엔지니어링 호텔신라 삼성전기도 이름을 올렸다. 연기금은 사실상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베팅하며 삼성그룹주를 매집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주도 비중있게 매수하며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기아차도 순매수 10위권에 들었다. 최근 국회에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34개 경제민주화 입법 과제를 발표하면서 순환출자 금지를 포함시키자 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거란 분석이 힘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연기금은 삼성그룹주와 현대차그룹주 외에 LG화학, POSCO SK하이닉스 현대건설 한국항공우주 두산중공업 현대중공업을 순매수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고 미국 경기회복으로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대형 경기민감주가 주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