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채권단 '신규자금 지원 불가' 결정 이유는

한진해운 (12원 ▼26 -68.4%) 채권단이 30일 한진해운에 "신규자금 지원은 불가능하다"고 최종 입장을 정했다. 채권단이 신규자금을 지원하지 않기로 한 건 △부족자금 대비 한진 측의 자구노력이 부족하고 △채권단 지원금이 대부분 해외 상거래 채권을 대신 갚는 데 빠져나가며 △소유주가 있는 기업은 구조조정 과정에 필요한 유동성을 스스로 마련한다는 구조조정 원칙이 깨질 수 있다는 점 등 때문이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대회의실에서 한진해운 추가 자금 지원관련 긴급 채권단 회의를 마치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이 제시한 '경영정상화 관련 최종 입장'에 대해 수용하기 힘들다고 발표 했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이 최소 6천억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정상화를 지원할 수 있다고 했지만 한진해운은 마련할 수 있는 금액이 4천억원으로 자구안을 제시했다. 이로써 국재 1위 국적선사 한진해운은 내달 2일 종료되는 자율협약을 연장하지 못하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2016.8.3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채권단이 신규자금 지원이 어렵다고 결론을 낸 건 우선 한진그룹이 제시한 절대금액이 한진해운의 부족자금 대비 작아서다. 한진 측은 29일 대한항공을 통해 400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하되 이 중 2000억원을 대여 형식으로 미리 지원한다는 최종안을 건넸다. 이는 용선료과 선박금융 협상 타결을 전제로 회계법인이 추산한 한진해운 부족자금은 1조원~1조3000억원과 차이가 크다.


한진해운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채권은행(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30일 회의 후 자료를 내고 "한진 측 최종 제시안은 전체 부족자금 대비 지원 규모가 부족하고 경영정상화를 이루기에 크게 부족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진해운 부족자금 규모가 앞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채권단의 지원불가 결정으로 이어졌다. 채권단은 "해운업의 특성과 올해 상반기 업황 회복 지연, 운임지수의 높은 변동성을 감안하면 부족자금 규모가 회계법인 추정치보다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의 연체 상거래 채권 규모가 5월 3200억원에서 현재 6500억원으로 불어난데다 이 중 6000억원이 해외 용선주와 해외 항만하역업체에 몰려 있어 채권단이 자금을 지원하면 상거래 채권을 대신 갚는데 쓰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3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 혈세를 개별 기업 외상 채권을 갚는 데 쓰는 건 어렵다"고 강조했다. 구조조정이 이해관계자의 공평한 손실부담을 전제로 추진됐는데, 이 전제가 지켜지지 않게 된다는 것.

또 한진해운에 신규자금을 지원하면 구조조정 원칙에도 위배된다는게 채권단의 판단이다. 산은은 소유주가 있는 기업의 경우 유동성을 자체 노력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밝혀 왔다. 한진해운에 이 원칙을 깨고 자금을 지원하는 선례를 만든다면 앞으로의 기업구조조정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자체적으로 경영정상화 기반을 마련한 현대상선 형평성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매각 등으로 필요한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채권단 관리 하에 들어왔다.

정상화에 필수적인 선박금융 유예 협상 성사여부도 불투명한 것으로 내다봤다. 채권단은 "용선료와 선박금융 협상이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협상 진행 중으로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고 종결까지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며 "알려진 것과 달리 합의서 등 결과물을 채권단이 제출받은 적 없다"고 밝혔다.


한편, 채권단이 신규자금 지원을 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지난 5월 4일부터 상환유예와 금리인하 등을 해준 자율협약이 다음달 4일 부로 종료된다. 자율협약 종료 전 다양한 채권자들이 한진해운에 압류신청을 할 가능성이 높아 한진해운은 자율협약이 종료되기 전 법정관리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