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하이트도 수입맥주처럼 할인판매 추진

3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인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맥주산업에 대한 시장분석 연구용역'을 발표하는 공청회에서 패널들이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 세종=정진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마트 등 소매점에서 국산 맥주도 수입맥주처럼 할인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사업자 규모별 제조시설 기준을 완화하고, 소규모 맥주제조업체에 불리한 유통판매망을 개선하는 등 맥주 시장내에서 업체간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 장기적으로는 맥주에 붙는 주세 기준을 현행 출고가(종가세)에서 생산량(종량세)으로 전환해 고급 맥주를 개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공정위 "맥주시장 규제 풀어 경쟁 유도"=공정위는 3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인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이 같은 내용의 '맥주산업에 대한 시장분석(연구용역)'을 발표하는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에선 맥주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한 단기 개선과제로 △사업자규모별 제조시설 기준 제한 △맥주가격(주류) 신고제 운영 △소매점의 맥주 구입 가격이하 판매금지 △중소 및 소규모 사업자에 대한 유통판매망 제한 △국산과 수입맥주간 비대칭적인 라벨 표시기준 등을 제시했다. 중장기 검토 과제로는 맥주에 대한 종량세 체계 도입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공정위가 공청회까지 열면서 맥주시장 경쟁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것은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20,650원 ▼350 -1.67%), 롯데주류 등 3개 사업자가 맥주시장을 독과점하면서 맥주 품질 개선이나 가격 경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는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국세청 등과 협의를 거쳐 필요한 법 개정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맥주시장 경쟁 활성화 방안 실효성 있나?=하지만 주류업계에서는 공정위의 경쟁 활성화 방안의 실효성의 의문을 제기한다. 소규모 맥주제조업 활성화의 경우 이미 국내 맥주시장은 2010년 소규모 제조면허 상한기준을 폐지한 이후 맥주시장 진입이 자유로워진 만큼 추가 규제 완화에 따른 효과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맥주가격 신고제 운영 개선 방안도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맥주 가격신고제를 정상화해 업체들이 맥주가격을 자유롭게 결정하게 함으로써 가격경쟁을 촉발시키겠다는 구상이지만 국민건강과 술 소비 확대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 정서 등을 감안할 경우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소매업자의 맥주제품에 대한 구입가격이하 판매금지 개선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시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공정위가 기업들의 '소비자현상경품' 한도를 35년 만에 완전 폐지했지만 국세청은 경품행사가 술 소비를 자극하고 국민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만큼 주류의 경품한도 고시를 현행대로 유지키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고품질 맥주에 더 비싼 세금, 종량제로 바꿔야"=오히려 업계에선 이날 공청회에서 중장기 검토과제로 제시한 '맥주에 대한 종량세 체계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는 제조원가, 판매관리비, 이윤 등을 합한 출고가를 과세표준으로 산정해 주세, 교육세, 부가세 등을 부과한다.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려운 중소기업 및 소규모맥주 사업자가 대기업에 비해 제품단위당 과세표준이 높아 세금부담도 많아지는 구조다. 반면 대기업의 경우 좋은 원재료를 사용한 고품질의 맥주제품을 개발하더라도 통상의 제품에 비해 제조원가가 높아져 세금이 더 많이 부과되기 때문에 프리미엄 제품 개발을 위축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용역을 담당한 정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맥주 사업자를 인위적으로 구분하고 업체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를 없애야한다"며 "가격 경쟁을 막는 규제도 풀어 업체들이 품질 향상을 위해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 패널로 참석할 예정이었던 국세청 관계자가 참석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일신상의 사유로 참석하지 않았지만, 일각에선 국세청이 맥주산업 경쟁촉진을 위한 제도 마련에 소극적이란 지적이 나왔다. 정부 관계자는 "국세청에서 갑자기 불참 의사를 밝혔는데, 그동안 독과점 구조의 맥주산업에 대해 업계 등과 허심탄회한 얘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