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인원, 노후 꿈꾸던 곳 바라보며 영면

황각규 롯데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이 30일 故(고) 이인원 정책본부장(부회장)의 유해가 묻힌 무덤에 헌화하고 있다. /사진=조철희 기자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 관련 검찰 소환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이 30일 가족과 롯데 임직원들의 애도 속에서 영면했다.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 비자금은 없다', '2015년 초까지 모든 결정은 총괄회장이 했다'는 유서를 남겨 장례 기간 동안 중단됐다 재개되는 검찰 수사에서 그의 죽음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 부회장 장례식은 오전 6시30분 추모 예배로 시작해 7시30분 발인과 8시55분 화장, 오후 12시 안장식 등의 일정으로 엄수됐다. 그의 유해는 그가 아내와 함께 노후를 보내려 했지만 결국 스스로 세상을 떠난 곳인 양평군 서종면에서 가까운 남양주 모란공원묘지에 안치됐다.

유족인 아들 정훈씨와 며느리 방건혜씨 등을 비롯해 장례위원장인 소진세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과 장례위원인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이원준 롯데백화점, 송용덕 호텔롯데,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 등 롯데그룹 사장단이 이날 이 부회장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이 부회장이 40년 넘게 다니며 장로로 있었던 충신교회 신도들과 전현직 롯데 임직원 300여 명도 함께 애도했다.

공식 조문이 시작된 지난 27일에 이어 전날 빈소를 찾은 신동빈 회장은 이날 장례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신 회장은 첫 번째 조문에서는 여러 차례 눈물을 보였고, 두 번째 조문에서는 "안타깝다"는 심경을 밝혔다.


과거 이 부회장을 총애하며 그룹 내 요직을 두루 맡겼던 신격호 총괄회장은 건강 상태를 이유로 끝내 모습을 비치지 않았고,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도 조문하지 않았다.

구속 수감 중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딸인 장선윤 롯데호텔 상무는 조문 첫날 빈소를 찾아 오열한데 이어 이날 장례식에도 참석해 눈물을 보였다.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자살한 故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의 발인제가 엄수된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영정사진과 시신이 운구되고 있다.

소 사장은 이날 장례식 인사말을 통해 "남에게는 너그러웠지만 자신에게는 강건한 분이셔서 최근의 일들을 견뎌내기가 누구보다 힘드셨던 것 같다"며 "저희 모두는 부회장님을 지켜드리지 못한 죄스러운 마음뿐"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젊은 직원들에게는 온화하고 자상한 아버지 같은 분이었고, 임원들에게는 언제나 옳은 방향을 제시해 주셨던 나침반 같은 분이었다"며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이어진 임직원들의 추모 행렬을 보면서 부회장님이 롯데그룹에 얼마나 큰 버팀목이 돼 오셨는지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장 5일장으로 치러진 장례 기간 내내 장례위원장으로 조문객들을 맞았던 소 사장은 이날 장지인 경기도 남양주 모란공원에서 모든 장례 일정을 마치고 끝내 눈물을 훔쳤다. 황 사장도 장지에서 안장식을 마친 뒤 롯데 임직원들과 별도로 재차 묵념하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조문 기간 내내 끊이지 않은 '롯데맨'들의 애도 행렬 속에서 이 부회장의 생전 성품과 공로는 크게 회자됐다. 12년 동안 이 부회장의 비서로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비서 조숙경씨는 "강직함, 청렴함, 원리원칙 안에서 귀감이 되었던 분"이라며 "개인적 어려움은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한결같이 따뜻한 미소로 일하시던 분이라 미소 뒤에 숨겨진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날 빈소인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장지인 경기도 남양주 모란공원으로 향하던 중간 운구차는 고인이 안전관리위원장으로 각별한 애정을 쏟았던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경유했다. 타워에서 일하던 일부 임직원들은 거리에 나와 운구차를 바라보며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1973년 호텔롯데에 입사해 43년 간 롯데에서 근무한 이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에 이어 신 회장까지 대를 이어 보좌하며 롯데그룹이 재계 서열 5위로 성장하는데 기여했다. 그룹 내 '2인자'로 불렸던 그는 지난 26일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북한강변 산책로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