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건너간 담배연기값 '1조5000억'…필립모리스의 비밀

-10년간 해외 본사로 보낸 배당금, 순이익보다 174억원 더 많아
-지난해 당기순익 1900억원 돌파, 조만간 연간 2000억원대 배당 이뤄질 듯
-국내서 담배팔아 연 8000억대 매출 올리면서 기부 인색…10년 누적기부금 21억원 그쳐


'말보로', '팔리아멘트' 등으로 잘 알려진 미국계 담배업체 필립모리스가 한국에서 배당과 로열티(상표권 사용료) 명목으로 지난 10년간 1조5000억원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지사인 필립모리스코리아의 당기순이익 전액을 본사로 가져가면서도 정작 돈을 버는 한국에서 사회환원에는 인색했다. 매년 수천억원씩 매출과 수백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면서 10년간 한국 사회에 기부한 총액이 21억원에 불과해 미국 본사로 가져간 배당금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필립모리스코리아는 지난 3월말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의 자회사인 '필립모리스브랜즈 에스에이알엘'에 1918억원을 현금 배당했다. 이는 지난해 필립모리스코리아가 벌어 들인 당기순이익 전액이다.

◇담배팔아 남은 돈, 모두 빼갔다…로열티까지 '꿩먹고 알먹고'=필립모리스코리아는 2006~2015년 10년간 한국시장에서 누적기준 매출액 5조2093억원, 영업이익 1조3444억원, 당기순이익 1조239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매출액은 2006년 2235억원에서 지난해 8109억원으로 10년새 3.6배 늘어난데 비해 당기순이익은 106억원에서 1918억원으로 18배 성장했다.

담배를 팔아 남은 순이익은 본사 배당금으로 챙겨갔다. 필립모리스코리아의 10년간 누적 배당금은 1조412억원으로 이 기간 순이익(1조239억원)보다 173억원 많다.

2006년 300억원대였던 배당금은 2008년 500억원, 2012년 1000억원, 2013년 1500억원을 각각 돌파했다. 지난해 배당금이 1900억원을 넘어선 만큼 조만간 연 2000억원 배당시대를 열 전망이다. 직전 연도 이익까지 2년치가 한꺼번에 배당된 2014년에는 무려 2840억원(중간배당 1408억원·기말배당 1432억원)을 본사로 송금했다.


로열티 명목으로 챙겨간 금액도 상당하다. 최근 10년간 필립모리스코리아가 본사에 지급한 로열티 총액은 4404억원에 달한다. 2003년까지 매출의 5%였으나 2004년 6~10%로, 2013년 6~12%로 높였다. 덕분에 2006년 185억원이던 로열티는 지난해 508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한국에서 8000억 넘게 벌지만…사회환원 '나몰라'=지난해 담배세 인상 여파로 국내 담배판매량이 전년보다 22.2%(34억7800만갑)감소했지만 필립모리스코리아는 유독 장사를 잘했다. 매출은 15%,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0% 이상 늘었다.

국산담배 업체인 KT&G 매출이 1.4% 증가하는데 그쳤고 같은 수입담배 경쟁사인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BAT코리아)와 재팬토바코인터내셔널코리아(JTI코리아) 매출은 역신장했다.

기업의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도 안정적이다. 필립모리스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은 2008년 이후 줄곧 20~30%대를 유지했다. 다른 수입담배 업체인 JTI코리아는 최근 3년간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였다.

하지만 기부 등 지역사회에 대한 환원 활동은 미미했다. 필립모리스코리아가 지난 10년간 기부한 금액은 총 21억3000만원으로 같은기간 매출액의 0.04%, 본사로 보낸 배당금의 0.2%에 불과하다. 지난해 매출액이 8000억원, 순이익이 1900억원을 넘었지만 기부금은 3억7000만원에 그쳤다.

이와 관련 필립모리스코리아 관계자는 "배당이나 로열티의 경우 본사 정책이어서 답변할 내용이 없다"며 "앞으로 2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 계획을 통해 수익의 상당부분을 사회에 환원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