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정부의 용산공원 사업은 반쪽짜리…시민들 참여해야"

서울 용산 미군기지 이전부지에 조성되는 용산공원 조감도. /사진제공=국토교통부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부가 추진하는 용산공원 조성사업은 성급하고 일방적으로 이뤄진 반쪽짜리 공원사업"이라며 서울시와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용산공원을 만들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박 시장은 31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군기지가 옮긴 자리에 조성하는 용산공원이 국가적 가치를 반영한 미래서울의 심장 형태로 온전히 회복되기 위해서는 시민과 학계 전문가, 관련 기관이 모두 나서서 논의에 참여하는 국민적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용산공원 사업은 내년 말 이전 예정인 용산 미군기지 243만㎡를 민족성과 역사·문화성을 갖춘 국가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용산공원에 박물관과 아트센터 등 8개 콘텐츠시설을 유치하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서울시는 "정부부처 개별사업을 위한 땅나눠주기식 양상"이라고 비판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이날 박 시장은 국토부가 주도하는 용산공원 조성 방식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국가공원' 다운 용산공원을 조성하기 위한 3가지 원칙과 6개 제안사항을 제시했다.

서울시가 문제로 지적하는 부분은 △명확하지 않은 공원 성격 △정부부처가 선점하고 미군이 잔류하는 반쪽짜리 국가공원 △제대로 된 현황조사 없는 성급한 공원조성계획 △시민소통·공감 외면한 국토부의 일방적인 추진 등이다.


시에 따르면 공원 면적 중 정부가 선점한 부지는 93만㎡, 공원 한 가운데 있는 미군 잔류부지가 22만㎡로 전체의 32%를 차지하고 있다. 시는 이런 상황에서는 미군이 이전하더라도 공원이 온전한 모습으로 회복되지 못한다며 기지 주변을 포함한 358만㎡ 면적을 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박 시장은 "국토부는 개략적인 현황자료만으로 미군기지가 이전되기 전에 기본설계를 완료하는 데만 급급한 상황"이라며 "시민과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용산공원 조성을 위해 서울시가 정한 3가지 원칙은 △국가적 가치 반영 △온전한 형태로 회복 △국민적 관심과 참여로 조성 등이다. 박 시장은 "용산공원의 국가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역사·문화·생태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국토부 주도의 폐쇄적 추진이 아닌 현세대와 미래세대가 함께 고민하는 국민적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6가지 제안사항은 △공동조사 실시 △국가공원 성격의 명확화 △공원 경계 회복 △반환 및 이전시기 공표 △범정부적인 기구 마련 △시민참여확대 등이다.

박 시장은 "시민, 학계전문가, 관련 부처 등이 참여한 '범정부적인 기구'를 마련해 공원의 현황과 가치 파악을 위한 공동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면서 "공동조사를 통해 국가공원의 성격이 더 명확해 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3대 원칙, 6대 제안이 실현될 수 있도록 박 시장은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과 추진일정 전면 수정을 정부에 요구했다.

박 시장은 "현 세대에 한정된 근시안적인 개발계획으로 외세가 잔존해 민족공원의 근간을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용산공원이 세계적 명품공원으로 조성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