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떠나면 안 돌아온다..2.2조 줄이탈 주식형 펀드

코스피지수가 다시 박스권에 갇힐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공모 주식형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공모 주식형펀드(ETF 제외)에서는 지난 7월8일 이후 8월29일까지 36거래일 연속 순유출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순유출된 자금은 총 2조2581억원이다. 코스피지수가 1800~2000선 안에서 맴도는 박스권 장세가 6년째 지속되면서 2000선을 넘으면 펀드를 환매하는 '학습효과'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탓이다.

단기적으로 시장 상승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펀드 외에도 설정액이 큰 대형 펀드들을 중심으로 자금이 유출됐다. 인덱스펀드 중에서는 이 기간 동안 교보악사파워인덱스1A가 2095억원으로 자금 이탈이 가장 많았고, NH-Amundi 코리아2배레버리지(1790억원), NH-Amundi 1.5배레버리지인덱스A(1103억원)가 뒤를 이었다. 액티브 펀드도 한국투자네비게이터1A(1140억원), KB밸류포커스자A(962억원), 신영밸류고배당자C(915억원) 등에서 급하게 자금이 이탈했다.

이번 펀드 환매 행진은 2013년 8월 말부터 11월8일까지 이어진 48일간의 자금 순유출 이후 최장 기록이다. 당시 코스피지수가 1900선에서 급하게 2050선까지 상승하면서 국내 공모 주식형 펀드에서는 총 5조5967억원이 순유출된 바 있다. 실제로 이후 증시가 1900대로 다시 내려가면서 투자자들은 '현명한 선택'을 한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펀드의 가입, 환매의 순환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전체 투자 자금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공모 주식형펀드의 설정액은 2008년 70조원대까지 급격하게 늘었다가 지난해 8년만에 처음으로 40조원대로 내려갔다. 현재 설정액은 48조5544억원(29일 기준)이다.


펀드는 기관투자자들이 운용하는 자금의 원천이다. 펀드 설정액이 줄어들면 기관투자자들의 거래대금이 줄어들고, 외국인의 증시 영향력이 더욱 커지게 된다. 또 급격하게 증시가 상승했을 때 국민들이 자산 증식 효과를 누릴 수 없게 된다. 2013년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 증시가 급등했지만 일본 국민들이 거의 수혜를 보지 못했던 이유도 대부분의 금융자산이 예금에 치우친 탓이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예전에는 펀드에서 돈이 빠져도 다시 열심히 수익을 내서 자금을 유치하면 된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이제는 증권시장을 한번 떠난 돈은 돌아오지 않는다"며 "공모 펀드는 일반인이 적은 돈으로도 증권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한 방법인데 전체 펀드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철학보다는 수익률 중심의 판매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방천 에셋플러스 회장은 최근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 자산운용보고서에서 "공모펀드가 외면받고 있는데 대해 자산운용사 회장으로서, 펀드매니저로써 책임에 선두가 있다"면서도 "다함께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펀드 투자의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철학과 원칙이 있는 강건한 운용사는 수익률이 부진해도 의연할 수 있고, 판매사도 좋은 펀드를 팔았다면 고객을 당당히 설득하고 고객도 희망을 갖고 끝까지 인내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