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페북에 SKT까지…뜨거운 AI 홈비서 '대전'

AI(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한 홈비서 서비스 경쟁에 불이 붙었다. 선두주자 아마존을 필두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 구글, 페이스북까지 관련 제품 출시계획을 밝힌데 이어 국내에선 처음으로 SK텔레콤 (51,200원 ▲100 +0.20%)도 출사표를 던졌다. AI 홈비서 시장을 둘러싼 IT
(정보기술) 업계의 각축전이 예고된다.

SK텔레콤은 31일 서울 중구 을지로 본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음성인식 기반 AI 홈비서 시스템 '누구'를 공개했다. 또 이를 탑재한 전용기기(스피커)를 내달 출시한다고 밝혔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에 이은 4번째이자 국내 최초다.


박일환 SK텔레콤 디바이스 지원단장은 "음성 UI는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고 적용도 쉽다"며 "음성UI와 AI를 연결해 즐거움, 편함, 재미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기업들 속속 도전장, AI 홈비서 경쟁 '활활'=AI 홈비서란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사용자가 기기와 대화를 주고받으며 정보를 확인하거나 집안의 각종 전자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지난해 미국의 전자상거래기업 아마존이 AI 비서 '알렉사'를 탑재한 '에코'를 선보인 이후 구글, 페이스북도 관련 시장 합류를 선언, 글로벌 IT 공룡들의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분야다.

국내 업체들도 속속 도전장을 내밀며 경쟁이 더욱 가열되는 모습이다. 이날 SK텔레콤이 선보인 '누구' 스피커의 기본 기능은 아마존 에코나 구글의 구글홈과 비슷하다. 원통형 스피커 형태로 고객이 음성으로 말하면 이를 이해해 음악을 추천해주거나 들려준다. 조명이나 공기청정기, TV 등 스마트홈으로 연동된 기기의 조작도 가능하다. 예컨대 집에 들어와 실내 공기를 바꾸기 위해 "공기청정기 좀 켜줘"라고 말하면 공기청정기가 자동으로 실행되는 것. 온라인 몰에 물건을 주문하거나 피자 등 음식을 주문할 수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이용자가 많은 페이스북과 국내 1위 검색 사업자인 네이버도 곧 AI 홈비서 시스템 혹은 AI 홈비서 시스템이 탑재된 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두 곳 모두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음성인식을 기반으로 한 AI 홈비서인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SK텔레콤은 시장 선점을 위해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이용자들이 이용해볼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은 "경험이 쌓일수록 진화하는 시스템"이라며 "초기에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가격을 대폭 낮춰 9만9000원에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이 31일 공개한 음성기반 AI(인공지능) 홈비서 시스템 '누구'를 탑재한 스피커. 앞면(왼쪽) 모습과 뒷면./ 사진=이해인 기자

◇시장 확대 가능성 무궁무진…생태계 구축이 관건=국내외의 굵직한 업체들이 AI 홈비서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향후 IoT(사물인터넷)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선보여진 IoT 관련 기술들이 획기적임에도 실질적으로 활용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AI 홈비서를 활용할 경우 이를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 진정한 IoT 서비스의 완성이 AI 홈비서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

선두주자로 나선 아마존의 에코는 AI 홈비서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기도 했다. 에코는 지난해 출시 후 약 10개월 새 400만대가 판매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에코'의 아마존 평점은 5점 만점에 4.4점. 그동안 있어도 안 쓰는 '무용지물'로 여겨졌던 음성인식 서비스가 AI기술 발전과 함께 얼마나 발전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마존은 이 같은 호응에 가격을 낮춘 버전을 출시하는 등 저변확대에 나서고 있다.

AI 홈비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사업 주도권을 잡기 위한 키워드로는 생태계 구축이 꼽힌다. AI 홈비서의 경우 다양한 제품들과 연결될 수록 이용성이 극대화 되기 때문. 선두주자인 아마존은 이미 도미노피자, 삼성, 우버, 포드 등 다양한 기업들과 제휴를 맺은 데 이어 API를 공개, 다양한 기기의 연동을 노리고 있다. SK텔레콤 역시 내년에는 API를 개방하고 생태계 구축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계가 말을 잘 알아듣는다고 해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극히 한정적이라면 돈을 주고 사지 않을 것"이라며 "집안 기기는 물론 자동차 등 주요 제품과 연동이 되는 만큼 보안 문제도 성공을 판가름할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