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16조원 세금 추징…美-유럽 정면대결로

유럽 당국의 16조원대 과세에 대해 애플 측이 정면 대결을 택했다. 미국 정부와 정치권도 거세게 반발하며 보복에 나설 태세다. 애플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세금 추징 논란은 결국 미국과 유럽의 대결로 판이 커질 분위기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30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법에 따라 세금을 모두 납부했으며 아일랜드 정부로부터 어떤 특혜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럽 경쟁당국과의 세금 소송에서 결국 승리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유럽위원회(EC, 이하 위원회)는 아일랜드 정부가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애플에 감면해준 세금 130억유로(약 16조2000억원)을 강제 추징하라고 결정했다. 아일랜드와 애플은 이번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쿡은 이날 위원회 결정 직후 홈페이지에 올린 공개서한에서 “다국적 기업들은 가치를 창출하는 국가에서 세금을 낸다는 원칙을 따르고 있다”며 “하지만 위원회는 이같은 원칙을 소급적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애플의 연구개발(R&D) 대부분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진행되고 있고 이에 따라 대부분 이익에 대한 세금도 미국에 납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쿡은 “미국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유럽 기업들도 같은 원칙에 따라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애플은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아일랜드 국세청의 세법 가이드라인을 받았다”며 “위원회 때문에 애플은 세금을 더 낼 필요 없다는 (아일랜드) 정부에 소급 적용된 막대한 세금을 내야 하는 이상한 위치에 놓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위원회의 이번 결정이 EU 회원국의 독자적인 법률 체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기업들의 투자 위축을 불러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결정으로 유럽 지역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위원회의 이론에 따르면 아일랜드와 유럽에 있는 모든 기업이 과거에 없던 법에 따라 추징을 당할 위기에 놓이게 된다”고 비판했다.

쿡은 애플이 아일랜드에 투자한 것은 이미 36년 전의 일인 만큼 아일랜드 정부의 특혜 때문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애플이 유럽 지역 경제에 일조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쿡은 “코크의 애플 공장이 커지면서 유럽 지역 전체에서 15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며 “애플 직원은 물론 수만명이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나서고 있고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애플에 납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와 정치권도 EC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이날 낸 설명에서 EC의 결정이 불공평하다며 이는 유럽에 대한 외국인 투자, 유럽의 기업환경, 미국과 EU의 경제협력 관계를 위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성명에서 EC가 끔찍한 결정을 내렸다며 세제를 개혁해 미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고 미국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찰스 슈머 상원의원은 이번 결정이 미국 기업과 미국의 세제를 타깃으로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슈머를 비롯한 몇몇 상원의원들은 미국 재무부에 유럽 기업에 대한 보복 조치를 강구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