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첫 여성 대통령 호세프, 결국 '탄핵'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사진=블룸버그

브라질 첫 여성 대통령인 지우마 호세프(68)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탄핵을 당했다. 이로써 지난 5월 탄핵심판 절차가 시작되면서 직무가 정지됐던 호세프는 결국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브라질 상원은 전날부터 시작된 마라톤 탄핵심리가 끝난 후 다음날 새벽 표결을 진행해 이같이 결정했다. 탄핵 요건인 상원의원 81명 가운데 3분의 2(54명)를 넘어선 61명이 탄핵에 찬성했다. 반대는 20표에 그쳤다.


이에 따라 호세프 대통령은 즉각 퇴출되며 향후 8년 동안 공직을 맡을 수 없게 됐다. 2018년 말까지 남은 호세프 대통령의 임기는 지난 5월부터 권한대행을 맡아온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수행한다.

보수우파 성향의 테메르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넘겨받으면서 전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된 좌파 노동당 정권도 14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이번 탄핵은 호세프 대통령이 2014년 대선 때 공공 지출을 확대하고 경기침체 수준을 감추기 위해 정부 회계를 조작했다는 혐의 때문에 이뤄졌다. 재정적자를 감추고 경제 실적을 과장하려는 목적으로 국영은행의 자금을 사용한 후 이를 되돌려 놓지 않는 등 재정회계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호세프 대통령은 지난 29일 탄핵심판 최후변론에서 정치권이 재정회계법 위반을 이유로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탄핵안 부결을 촉구했다. 과거 정부도 비슷한 방법을 사용해 왔고 관례에 따른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탄핵 심판은 쿠데타에 해당된다며 위헌 소송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앞서 1992년 페르난두 콜로르 지 멜루 대통령은 부패 혐의로 상원 탄핵 심판을 받게 되자 대통령직에서 사임했다. 그러나 수년이 지나 위헌소송에서 대법원은 그에 대한 탄핵 사유에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고 판결하면서 뒤늦게 명예를 회복하기도 했다.

테메르 권한대행은 1930년 이후 최악의 경제난을 겪은 브라질 경제를 되살리겠다고 공약해왔다. 또 연금 체계와 복잡한 세제 법규를 개정하고 국영기업의 민영화 등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정지출을 줄이고 공공연금을 개혁하는 공약에 반대하는 의원들도 많아 테메르가 대통령에 오르더라도 개혁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아울러 호세프 지지자들의 반대에 더해 테메르 역시 부정부패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비판이 많아 당분간 혼란한 정국이 계속될 수도 있다.

지난해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4년 대비 3.8% 감소해 25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브라질 내부의 혼란과 더불어 글로벌 시장에서 상품(원자재)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브라질 경제는 내년까지 장기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월 내놓은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브라질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3.8%, 올해 -3.5%감소해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야 0%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브라질에 대한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의 국가신용등급도 정크(투자부적격) 등급으로 추락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