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코메르츠뱅크, 2주간 합병 논의…'때가 아니다' 결론

머니투데이

뉴욕=서명훈 특파원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이치뱅크

독일 도이치뱅크와 코메르츠뱅크가 합병을 심도 깊게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지금은 합병을 추진할 수 있는 적당한 때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합병 논의를 중단했다.

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두 은행 최고경영진은 이달 초 합병 방안을 논의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2주간 진행된 합병 논의는 존 크라이언 도이치뱅크 최고경영자(CEO)와 마틴 질케 코메르츠뱅크 CEO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합병 논의 과정에서 양쪽 모두 지금은 합병을 논의할 시기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합병 추진을 중단했다. 거대한 합병을 논의하기에 앞서 각자가 해야 할 일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이치뱅크는 소매 영업 부문 축소를 진행하고 있고 지난 5월 취임한 질케 CEO 역시 올 가을에 새로운 청사진을 내놓을 예정이다.

두 은행 모두 합병 논의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다. 하지만 크라이언 CEO는 이날 은행 콘퍼런스에서 합병 추진을 묻는 질문에 현재 독일 내에서 (합병) 파트너를 찾고 있지 않다며 지난 가을 발표한 5년 계획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지난 몇 년간 도이치뱅크와 코메르츠뱅크의 주가는 각각 50%와 40% 가량 급락했다. 투자자들은 저금리와 규제 강화 등으로 두 은행의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왔다.

앞서 크라이언 CEO는 독일 언론사가 주최한 강연에서 독일 은행들이 합병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독일에는 너무 많은 은행들이 존재한다"며 "스페인이나 프랑스, 북유럽과 달리 독일에서는 은행간 합병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때문에 은행들의 규모가 작고 경쟁 심화와 높은 가격 압력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적 차원에서 은행간 합병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질케 CEO 역시 독일 은행의 숫자가 너무 많다는 데 공감을 나타냈다.

유럽중앙은행(ECB)에 따르면 2014년 기준 5대 독일 은행의 시장점유율은 32%에 그치고 있다. 이 떄문에 예금과 대출 고객 확보를 위한 쟁탈전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날 독일 증시에서 도이치뱅크와 코메르츠뱅크 주가는 각각 2.8%와 3.13%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