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인하' 효과…8월 물가, 16개월 만에 최저(종합)

8월 소비자물가동향 주요지표/자료제공=통계청

8월 소비자물가가 4개월 연속 0%대를 기록했다. 상승률은 1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저유가 현상과 전기요금 한시적 인하 등 에너지 부문 가격 하락이 영향 끼쳤다. 식탁에 많이 오르는 식재료 가격 변동 지표인 신선식품지수는 3개월 만에 반등했다. 지난 달 폭염으로 농산물 공급이 줄어서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 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66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0.4% 올랐다. 소비자물가는 2010년(100)을 기준연도로 해 481개 상품 및 서비스 품목을 조사대상으로 삼는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5년 4월(0.4%) 이후 가장 낮게 나타났다. 지난 5월부터 4개월 연속 0%대도 이어갔다. 소비자물가는 앞서 2014년 12월부터 11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하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1%대를 기록했었다.

지난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국은행이 제시한 중기 물가안정목표(연 2%)에 크게 못 미친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저물가 현상 관련 설명회를 연 이주열 한은 총재가 다시 대중 앞에 나설 가능성도 커졌다.

한은은 지난해 말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로부터 6개월 연속 ±0.5%포인트 넘게 벗어날 경우 설명책임을 이행하기로 했었다. 설명회 이후에도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한은은 3개월마다 원인과 대응방향을 다시 밝혀야 한다.


지출 목적으로 구분하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과 비교해 △음식·숙박(2.3%) △의류·신발(2.0%) △오락·문화(1.8%) △교육(1.5%) △가정용품·가사서비스(1.4%) △보건(1.1%) △식료품·비주류음료(0.5%) 부문이 상승했다. 반면 △교통(-3.0%) △주택·수도·전기·연료(-1.4%) 부문은 하락했다.

품목별로 보면 상품 부문은 전년보다 1.5% 떨어졌고 서비스 부문은 1.9% 올랐다. 상품 부문은 농축수산물이 1.0% 상승한 반면 공업제품과 전기·수도·가스는 각각 0.5%, 12.6% 하락했다.

특히 전기·수도·가스 부문은 전체 물가를 0.57% 끌어내렸다. 저유가 현상과 함께 지난 달 폭염으로 인한 전기요금 한시적 인하가 영향 미쳤다는 분석이다. 가격 폭탄이 현실화되고 있지만 전기료가 물가를 낮춘 까닭은 소비자물가 집계 특성에 있다. 전기 총 사용금액이 아닌 할인 단가가 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8월 전기료만 따로 떼고 보면 1년 전보다 12.9% 떨어졌다. 지난 7월 전년 대비 7.2% 올랐던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물가 당국은 전기요금 인하 요인을 제거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8% 수준이라고 했다.

서비스 부문은 △집세(2.5%) △공공서비스(1.0%) △개인서비스(2.2%) 등 모든 영역에서 1년 전보다 물가가 올랐다.

체감물가 보조지표중 하나인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2.8% 상승하며 3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 지난 달 폭염으로 인해 농산물 출하량이 줄어 값이 뛴 탓이다. 올해 초 상승률이 10%대 육박했던 신선식품은 6월부터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었다.

또 다른 체감물가 보조지표인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보다 0.6% 내렸다. 소비자물가와 마찬가지로 1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생활물가지수는 식료품, 음료, 주류, 음식서비스 등을 포함하고 있다. 전월세값까지 포함할 경우 생활물가지수는 0.1% 하락했다.

공급 변동요인이 큰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전년보다 1.1% 상승했다. 근원물가 상승률 역시 전기료 인하 효과로 인해 3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7% 올랐다.

유수영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소비자물가는 전기요금 인하 효과가 소멸하는 10월 이후엔 평월 수준인 1% 내외를 회복할 것"이라며 "추석에 대비해 계약재배물량 출하조절, 비축물량 방출, 농협 할인판매 등 성수품 수급 안정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