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20개월 만에 플러스..추세 전환 VS 일시적 회복

한국 수출이 20개월 만에 ‘역성장의 늪’에서 탈출했다. 조선과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등 주력품목 모처럼 호조를 보였고,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감소세도 줄어든 덕분이다.

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수출액은 수출단가 상승에 힘입어 증가 했으나 막상 수출물량은 감소세를 지속했다. 지난해 8월 수출 감소폭(-15.2%)이 컸던 탓에 발생한 ‘착시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수출이 반등 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할 수 없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 수출은 401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 늘어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수입은 348억달러로 전년 동월과 비슷한 수준(0.1%)을 보였다. 이로써 무역수지는 53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55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월간 수출실적이 증가세를 기록한 것은 2014년 12월 이후 20개월 만에 처음이다. 수출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19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역대 최장기 감소세를 이어왔다.

수출 반등의 가장 큰 요인은 주력품목 수출이 개선됐다는 점이다. 선박(89.9%)을 비롯해 △컴퓨터(23.4%) △철강(5.4%) △석유화학(4.1%) △차부품(3.2%) △반도체(2.5%) △섬유(2.3%) 등 13대 주력품목 수출이 플러스(1.7%)로 전환했다. 지난해 8월과 비교해 조업일수가 2일 많았던 게 영향을 줬다.


여기에 차세대 수출 먹거리로 육성 중인 △화장품(79.9%) △의약품(46.3%) △농수산식품(21.5%) △생활유아용품(14.7%) △패션·의류(20.9%) 5대 유망소비재도 힘을 보탰다.

지역별로는 베트남(22.8%)을 비롯한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2.6%)과 △일본(7.2%) △CIS(독립국가연합, 2.8%) 등으로의 수출이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은 감소세를 이어갔지만 △일반기계 △무선통신기기 등의 수출 호조로 감소폭은 지난해 9월 이후 17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 향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정부는 자동차업계 파업 등 수출 차질에도 8월 수출이 20개월 만에 늘어난 것이 것이 수출회복의 모멘텀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추세적인 반등국면이 될 지는 지켜봐야 한다. 수출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인 일평균수출액은 8월 16억7000만달러로 지난 1월(16억2000만달러)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자동차 파업이 없었다고 가정해도 17억1000만달러로 추산되는데 상대적으로 부진한 수치다.

그럼에도 8월 수출이 반등한 것엔 지난해 8월 수출이 유가 급락의 여파로 15.2% 감소한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다.

7~8월 수출은 여름휴가 등 계절적 요인으로 실적을 합쳐서 보곤 하는데 이 경우 올해 7~8월 수출은 811억달러로 지난해 7~8월(848억달러)과 비교해 4.4% 감소했다. 여기에 수출 회복의 가장 중요한 지표인 총 수출물량은 지난 6월 -2.9%를 시작으로 7월(-1.6%), 8월(-3.3%)으로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에 따른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증대, 유가와 환율의 변동성 확대 등도 수출에는 부정적인 요인들이다.

박옥희 IBK 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8월 수출은 유가 하락과 선박 인도지연, 중국 텐진항 폭발 등으로 수출이 급감했다”며 “조업일수도 임시공휴일 등으로 올해보다 2일 적었는데 이런 부분들이 수출 반등에 종합적으로 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정승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어려운 수출여건에도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 제고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로 수출지원대책의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하방리스크 확대로 수출 증가세 지속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수출지원 노력을 보다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