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경상흑자 87.1억달러, 53개월 연속 흑자

경기도 평택항 수출야적장 전경. /사진제공=뉴스1

한국은행은 1일 올해 7월 경상수지가 87억1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2012년 3월 이후 53개월 연속 경상흑자가 이어졌다. 사상 최장기간 흑자 행진이다.

경상수지 흑자는 쉽게 말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이 국내에서 쓴 돈보다 많다는 의미다. 가계로 치면 수입이 지출보다 많아 저축이나 투자 여력이 더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주요국보다 높기 때문에 통상 경상흑자는 좋은 의미로 해석됐다.

그런데 최근 들어 매월 한은이 경상수지 통계를 발표할 때마다 ‘불황형’이라는 꼬리표가 붙고 있다. 이유는 흑자가 발생되는 구조가 이전과 달라져서다.

2013년까지는 수출입 교역규모가 확대되면서 흑자가 발생했는데, 지난 2014년부터 세계경기 부진으로 무역규모가 축소됐는데 흑자 규모는 오히려 확대됐다.

실제로 올해 7월 상품수출은 425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7월보다 10% 감소했다. 이는 7월 기준으로는 2010년(390억2900만달러) 이후 6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다. 이 기간 수출액이 가장 많았던 2013년 7월(533억2600만달러)과 비교해선 20% 이상 감소했다.

그런데 경상수지 흑자액은 지난해 7월(97억1000만달러)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이유는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서다. 7월 상품수입은 317억달러로 지난해 7월보다 15.1%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13년 7월 수입액보다 30% 이상 줄어든 것이다. 7월 기준으로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7월(274억7100만달러) 이후 최저치다.

상품수출이 줄어든 배경은 세계경기 부진과 맞물려 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중국을 비롯한 주요 신흥국들도 성장세가 꺾여 교역규모가 감소하고 있다. 또한 국제유가가 크게 하락해 산유국들도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든 이유는 무엇보다 국제유가가 대폭 하락한 영향이 컸다. 2014년 초반까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던 원유도입단가는 최근 30~40달러대로 떨어졌다.

우리나라는 원유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수입액이 국제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연간 약 12억배럴의 원유 및 석유제품을 수입해 이를 정제한 뒤 약 4억배럴을 다시 수출한다.

한은 분석결과 원유도입단가가 연평균 10달러 하락할 경우 연간 수입액은 120억달러, 수출액은 40억달러 축소되면서 약 80억달러의 경상수지 개선효과가 나타났다.

지난해 사상 최초로 연간 경상수지 흑자가 1000억달러를 넘었지만 유가 효과를 제외하면 실제 흑자액은 600억달러 내외로 추정된다.

한은은 ‘불황형 흑자’ 논란이 계속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공식적인 경제 용어가 아닌데다 경상흑자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어서다.

그러나 반도체, 디스플레이패널, 자동차, 철강 등 국내 주력 수출제품들의 수출액이 점차 쪼그라들고 있어 경상흑자만을 부각하는 것도 경제상황을 오판할 위험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거시경제 판단은 경상수지 흑자액만 놓고 볼 것이 아니라 가격과 물량 변화에 따른 가치 총량을 더 면밀히 살펴야 한다”며 “저물가와 불황형 흑자가 동시에 나타나는 현재 경제상황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