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자사주매입'과 삼성그룹주의 명암

삼성그룹주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린 하루다. 날씨가 하룻밤새 한여름에서 가을로 바뀐 것처럼 사상 최고가를 연일 경신하며 코스피지수 상승을 이끌었던 삼성전자는 3% 가까이 추락한 반면 '업계 1등'에서 소외돼 찬밥신세였던 삼성카드는 하루만에 20%이상 급등하며 52주 최고가를 찍었다. '자사주 매입' 여부가 주요 변수로 보인다.


1일 오전 11시47분 현재 삼성카드 (35,950원 ▲150 +0.42%)는 5750원(12.99%) 오른 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한때는 5만3200원(23.72%)까지 오르며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삼성카드가 이날 급등한 이유는 오는 11월말까지 전체 주식의 5%에 해당하는 579만주의 자사주를 매입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호재다.

증권가는 이날 삼성카드의 자사주 매입이 주주가치에 매우 긍정적이라며 목표주가를 일제히 5만1000~5만6500원으로 올렸다. 하지만 단순히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결정이 아니라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한 전초작업일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자사주 매입이 그룹 지배구조 변화에 대비한 장기적인 포석일 수 있다"며 "자본효율화 기대감과 수급 효과로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주가는 이날 증권가의 목표가를 넘어섰다.


삼성카드의 자사주 매입으로 삼성 금융계열사들도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최대주주인 삼성생명 (77,300원 ▼700 -0.90%)은 실질적인 수혜주로 떠오르며 3.40% 강세다. 삼성화재와 삼성증권도 각각 4.07%, 2.28% 오름세다.

삼성카드가 자사주 취득 후 대주주인 삼성생명에 지분을 넘기면 삼성생명의 삼성카드 지분은 77.26%로 증가하게 된다. 원샷법 시행으로 합병회사가 피합병회사의 주식을 80% 이상만 보유하면 주주총회를 열지 않고 이사회 결의만으로도 합병 승인을 할 수 있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는 작업이 더 수월해질 수 있다.

반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전자계열사의 주가는 동반 하락세다. 배터리폭발 이슈로 갤럭시노트7 공급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다.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는 전일보다 4만9000원(3.02%) 하락한 157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공급사 중 하나인 삼성SDI (401,000원 ▼4,500 -1.11%)는 5.63% 하락 중이다.

전일 국내 이동통신 3사에 따르면 최근 갤럭시노트7 단말기 공급이 지연되거나 일시 중단됐다. 이는 지난주부터 갤노트7 일부 제품에 대해 충전 중 발화현상이 제기되면서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품질 점검을 나섰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삼성전자 및 삼성SDI 측 폭발 원인에 대한 공식적인 결과 보도는 없는 상황"이라며 "예상치 못한 이슈로 원인이 확인될 때 까지 단기적인 영향은 불가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배터리 이슈를 크게 보고 있지 않다. 신규 스마트폰의 오작동 사례는 출시 1개월내 흔히 발견되는 현상으로 일각에서 우려하는 갤노트7의 심각한 공급차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상승세가 주춤해진 건 자사주 매입과도 관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주당 160만원을 웃도는 사상 최고가 수준에도 자사주 매입을 늘리며 상승세를 견인해왔다. 하지만 최근 며칠동안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에 부담을 느낀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