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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롯데그룹 2인자의 죽음

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본지 대표 |입력 : 2016.09.05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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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삶의 반대말이 아니다. 죽음은 늘 삶의 한가운데에 있다. 아무리 행복한 삶이라 해도, 아무리 성공한 인생이라고 해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인간은 시간에 구속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야심차게 사업을 벌여 성공한 경영자도, 창조적 활동을 통해 최고의 경지에 오른 예술가도, 한 나라를 움직일 정도의 권력을 쥔 정치가도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다르게 속사정은 매력적이지 않다. 대다수 인생은 걱정과 근심으로 가득 차 있다. 근심과 노고는 따돌릴 수 없는 우리의 동반자일지도 모른다.

총자산이 100조원을 넘고 계열사만 90여곳에 이르는 재계서열 5위 롯데그룹의 2인자 고(故) 이인원 부회장. 1973년 롯데호텔에 입사한 이래 40년 넘게 롯데와 함께한 롯데그룹의 살아있는 역사다. 그는 오너일가가 아니면서 롯데그룹에서 부회장에 오른 첫 번째 사람이며, 샐러리맨 성공신화의 대명사다.

그는 숫자에 아주 밝았고 완벽주의자로서 모든 일에 철두철미했다. 술과 담배는 물론이고 최고경영자들이 즐기는 골프도 멀리했다. 운전기사가 아침 일찍부터 나와 기다리는 게 안쓰러워 본인이 직접 운전해서 출근할 정도였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밖으로는 샐러리맨 성공신화의 표상이었지만 개인적인 삶은 매혹적이지 않았다. 그의 부인은 교통사고로 뇌를 다쳐 10년 넘게 후유증에 시달려왔고 최근 큰 수술까지 받아 그의 걱정이 더 늘어났다. 퇴근 후에도 부인을 간호하고 돌보는 게 그의 주된 업무였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성공한 경영자였지만 자신을 위로하고, 쉴 시간은 없었다.

이런 와중에 터진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적 검찰 수사는 그를 코너로 몰아갔다. 지난 6월 검찰은 200여명의 검사와 수사관을 동원해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17개 계열사, 신동빈 회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후 검찰은 하루가 멀다하고 수백억 원의 비자금 조성과 오너일가의 배임·횡령 등을 언론을 통해 흘려보냈다. 단순한 피의사실이 마치 진실인 것처럼 고객과 소비자들에게 전달됐다. 거의 매일 수십여 명의 임직원이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고 그룹 핵심 경영진도 한 사람씩 소환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자신이 검찰에 불려갈 날도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매사에 완벽주의자로서 평생 롯데만 생각하고 살아온 그가 느꼈을 압박감은 상상 이상이었을 것이다. 더욱이 총수일가를 제외하면 최고의 자리에 있는 그가 느꼈을 책임감은 거의 무한대였을 것이다. 이제 그는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내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자’는 결심을 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마지막 결행에 앞서 집으로 돌아갈까 몇 번을 망설인 대목은 그의 인간적인 고뇌를 보여주는 거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삶을 정리하기 전날 그는 계열사 임원들에게 검찰에 출두할 때 입을 옷과 넥타이 등을 물어봤고 한 계열사 사장은 목이 마를 테니 작은 물병을 준비해 가라고 조언해줬다고도 한다. 삶과 죽음은 그야말로 백지 한 장 차이다.

삶은 악전고투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최고경영자의 삶은 더 그렇다. 잠 못 이루는 밤, 식은 땀이 흐르는 날도 많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는 비법 같은 것은 없다. 포기하지 않고 최대한 버티는 것이다. 그리고 혼자서 짊어지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불행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순간 그 불행에서 벗어나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불행을 말하게 되면 그 불행과 거리를 두게 되기 때문이다. 또 아무리 힘들고 무서워도 그 상처를 응시할 때 치유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그리고 이 말을 꼭 기억하고 실행해 보자. ‘카르페 디엠’(Carpe di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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