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한류, '오바마 프로젝트' 타고 세계시장 노크

'장내 미생물'을 이용한 신약 개발이 바이오업계 화두로 떠올랐다. 장내 미생물 연구에 약 1400억원이 투입되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바이오 프로젝트 '마이크로바이옴 이니셔티브'가 가동되며 '장내 미생물'을 이용한 질병 치료가 글로벌 '미충족 의료수요'로 부상해서다. 국내 업계 기술력도 글로벌 경쟁력이 있어 새로운 '바이오 미래먹거리'로 육성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녹십자그룹의 투자를 맡은 지주회사 녹십자홀딩스 (15,250원 ▼260 -1.68%)는 최근 장내 미생물 분석 서비스 제공 업체 '천랩'에 2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지금까지 녹십자홀딩스의 국내 바이오벤처 투자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녹십자홀딩스는 천랩의 장내 미생물 DNA 분석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천랩은 현재 자체적으로 구축한 6만여 종의 장내 미생물 DNA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방대한 미생물 DNA 정보를 구축한 곳이 없는 상황에서 천랩의 데이터베이스는 '글로벌 표준'이다. 글로벌 연구자들이 논문에서 천랩의 데이터베이스를 인용한 횟수는 3000회로 이 부문 '상위 0.01%'다.

천랩은 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전 세계 바이오기업과 국가기관, 연구자들에게 장내 미생물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천랩은 이 데이터베이스를 '신약 개발'의 로드맵으로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천랩 관계자는 "장내 미생물은 인간 면역 기능을 조절하는 핵심"이라며 "면역 조절이 안돼 발생하는 류머티즘 관절염, 과민성대장질환, 자폐, 우울증 등 질환 치료제 개발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내 미생물을 통한 질병 치료의 최대 강점은 '맞춤형 의료'다. 인간의 장내 미생물 종류와 수는 개인별로 천차만별이며 이에 따라 나타나는 질환의 특성도 다양하다. 이 같은 장내 미생물 분석을 통해 기존 바이오의약품보다 환자 특성에 맞춘 치료법을 제시해 치료효과 제고와 부작용 최소화를 동시에 노릴 수 있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가 임기 마지막 대형 바이오프로젝트를 통해 장내 미생물 연구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키로 해 관련 부문 시장 활성화도 예견된 상태다. 오바마 행정부는 앞으로 2년간 감염병과 정신질환, 비만에 영향을 미치는 미생물 연구에 1440억원을 투입하기로 지난 5월 결정했다.

천랩 외에도 일동제약 (15,070원 ▲200 +1.34%)과 쎌바이오텍 (12,150원 ▼150 -1.22%), 바이오리더스 (3,570원 ▼210 -5.56%) 등도 장내 미생물을 이용한 치료제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일동제약은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을 활용한 아토피 치료법을 개발 중이며 바이오리더스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이용한 자궁경부전암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쎌바이오텍은 대장암 치료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미래창조과학부와 보건복지부가 지난해부터 장내미생물 연구에 각각 10억원, 4억9000만원을 투입하기로 했다"며 "투자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지만, 글로벌 기술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보다 빠른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