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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일본이 침몰했다" 이야기꾼이 펼쳐내는 '판'의 미로

[따끈따끈 새책] 작가 손선영의 추리소설 '판'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입력 : 2016.09.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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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일본이 침몰했다" 이야기꾼이 펼쳐내는 '판'의 미로
2016년 11월 8일, 일본이 침몰했다. 동부 해안에서 시작된 침하는 순식간에 건물도 도로도 집어삼켰다. 1997년 전 관동대지진, 1945년 히로시마 원폭투하가 연상되는 흔들림이었다. 혹자는 2011년 일어난 동일본대지진을 떠올렸지만 그때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지진은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였다. 이를 막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동분서주했던 각국의 스파이들은 허탈함에 빠진다. 일본 침몰을 둘러싼 막후의 이야기가 각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추리소설 작가 손선영의 새로운 소설 '판'은 이처럼 '일본 침몰'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1923년 일본 관동지역에서 발생한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에서 소설의 모티브를 얻었다고 이야기한다.

관동대지진은 그의 소설에서 '꿈'의 형태로 되살아난다. 당시 조선인들이 방화를 저지르고 우물에 독약을 뿌리며 폭탄을 터뜨리고 있다는 유언비어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자 일본인들은 조선인 수만 명을 무참하게 살해했다.

작가는 '쥬우고 엔 고짓 센'(15엔 50전)을 발음하게 해 일본인으로 위장한 조선인들을 가려내면서까지 학살을 자행했던 참혹함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그는 소설을 통해 당시 희생된 무고한 조선인들의 억울함을 기억하고 위로하고자 한다.

그는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며 "아픈 역사의 경우 그것을 직설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은유와 비유, 묘사를 통한 문학으로 보여주는 것이 더욱 좋은 방법일지도 모른다"며 집필 의도를 밝혔다.

또 "'판'은 잘못된 광기를 가진 한 인간이 엉터리 역사를 통해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며 "이는 문학이 역사를 통해 정제할 수 있는 최고의 산물이자 가치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한다.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1923년 관동대지진부터 2014년을 거쳐 2017년에 이르기까지 약 100여 년의 시간을 오간다. 채한준, 후쿠야마 준, 김기욱, 장민우, 존 스미스 등 다양한 인물이 일기를 써내려가듯 빠른 이야기가 전개되고 일본, 한국, 중국, 미국, 러시아 등 각국의 첩보활동을 묘사하는 등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다양한 사건과 인물이 등장해 복잡한 구조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마지막에 퍼즐을 맞추듯 꼭 맞는 한 장의 그림을 완성해낸다. 독자들에게 감탄과 재미를 선사하는 반전으로 그가 왜 '이야기꾼'인지를 증명해낸다.

◇판=손선영 지음. 트로이목마 펴냄. 528쪽/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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