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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민영화, 정부 욕심 버릴수록 흥행 대박 난다

[박재범의 브리핑룸]

박재범의 브리핑룸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입력 : 2016.09.19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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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로고-나눔캠페인(지방판 사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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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저택을 소유한 Y씨. 매물로 내놓은 지 5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on sale’이다. 집을 둘러보며 매입 의사를 밝힌 이들도 없지 않았지만 막판에 포기했다. 그 사이 몇몇 별채는 떼어 팔아버렸다. 이제 남은 게 중앙의 대저택 하나다. 이마저도 층별로 쪼개 팔기로 했다.

예전보다 관심도가 높은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집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마다 집주인 Y씨 눈치를 본다. 집을 팔아도 Y씨가 1층 끝 안방을 그대로 쓰기로 한 때문이다. Y씨는 약속한다. “집 소유를 사실상 넘겨주는 거다. 집 관리할 사람도 새로 들어올 분들이 선임하면 되고…." 하지만 매입을 고민하는 고객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여전히 안방을 차지하신 분이 계신데 내 마음대로 집을 쓸 수 있을까?”

투자의향서(LOI) 제출이 4일 남은 우리은행 매각 얘기다. 정부가 이번에 택한 방식은 ‘과점주주 매각’. 한마디로 쪼개 파는 거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팔고 싶은 욕심은 여전하다. 하지만 현실의 벽이 높다는 것을 이미 경험한 터다. 투자자는 과거에 비해 적은 돈만 준비하면 된다. 돈이 된다면 투자자들은 몰리기 마련이다. 시장은 돈냄새를 잘 맡는다. 우리은행 주가가 슬금슬금 오르는 게 한 예다.

그래도 매수자와 매도자의 밀당(밀고 당기기)은 불가피하다. 양측은 결국 두 지점에서 부닥친다. 가격과 집주인 문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팔든 분산 매각을 하든 결국은 얼마를 써내느냐가 중요하다. 이미 우리은행 가격은 존재한다. 시장 가격을 밑도는 가격으로 정부는 넘길 수 없다. 두고두고 헐값 매각 논란에 빠지게 된다. 반대로 우리은행 주식을 시가보다 더 주고 살 투자자도 찾기 어렵다. ‘블록딜’(대량 주식매매) 때도 대개 가격 인센티브를 준다. 할인 매각이다. 다른 메리트가 없다면 시장에서 사는 게 낫다.

헌데 이번엔 정부가 ‘할증 매각’을 추진한다. 정부는 당근을 고민했고 그 결과물로 사외이사 추천권을 꺼냈다. 새로 지분을 산 쪽은 사외이사 1명을 추천할 수 있다. 이들은 임원추천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해 행장 등 임원을 선임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우회적 경영 참여의 길이다. 겉모습은 그럴 듯 하다. 지분을 사자마자 이사를 두고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은 나름 괜찮은 조건이다.

그렇다면 사외이사 추천권은 얼마일까.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만큼 기준가가 없다. 게다가 이 ‘권한’이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가질지 보는 사람마다 다르다. 여기서 두 번째 쟁점인 ‘집주인’과 관계가 등장한다. 사외이사 추천권은 집주인의 권한과 반비례한다. 집주인이 안방을 차지하고 집주인 노릇을 계속 한다면 사외이사 추천권의 가격은 떨어진다. 명목상 사외이사 추천권이지만 실제론 사내이사, 즉 행장 선임권을 원하는 게 투자자들이다. 실제 사외이사가 ‘견제’의 역할이라면 행장의 역할은 ‘경영’이다. 어느 것을 보장해주느냐에 따라 매력과 가격이 달라진다.

정부는 사외이사 추천권이 매력적이라고 자신한다. “예금보험공사는 임원추진위원회에 불참한다. 예보와 우리은행의 MOU(경영정상화 이행약정)는 해지한다. 이번에 팔고 남는 예보 지분 20%도 곧 팔 거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정부가 ‘뒷방 늙은이’로만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을 쉽게 거둘 수가 없다. 쪼개진 지분을 8%씩 사들인 최대주주 두 그룹이 힘을 합쳐도 예보 지분을 이길 수 없는 현실 때문만은 아니다.

정부로선 답답할 거다. 그래도 신뢰의 간극이 엄연히 존재한다. 우리은행 민영화에 대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의지를 믿지만 3년뒤, 5년뒤 임 위원장이 떠난 후에도 그럴 지는 장담할 수 없다. 견물생심, 지분이 있으면 자리를 원하고 자리가 생기면 말이 나오게 된다. 게다가 집주인이 존재하는 한 투자자들이 나중에라도 자기 지분을 팔고 나가기가 너무 어렵다. 자기들은 ‘사외이사 추천권’이라도 받고 입주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그 권한을 약속할 권리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 권한은 새로운 지배구조의 몫일 수 있다. 그렇더라도 집주인의 역할은 다시한번 명확히 해 둘 필요가 있다. 민영화 후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을 노린다고 밝힌 만큼 정부 스스로 ‘재무적 투자자’로 역할을 한정짓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의미다. 집주인이 욕심을 버릴수록 값은 올라가고 흥행은 대박이 날 거다. 민영화 의지와 가격은 비례한다.

박재범
박재범 swallow@mt.co.kr

정치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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