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이냐 전자기기냐…판정대 오른 '삼성 기어VR'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가상현실 체험 기기인 삼성전자 '갤럭시 기어VR'의 품목 정의를 두고 각 국이 해석 싸움에 돌입한다. 안경, 모니터, 전자기기 등 나라마다 다른 품목 정의로 관세 차가 발생하는 탓에, 자국 산업이 우위를 점할 기준을 확보하려는 게 뒷배경이다.

26일 관세청에 따르면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세계관세기구(WCO) 품목분류(HS)위원회에 갤럭시 기어VR이 분쟁조정 안건으로 상정됐다. 이 자리에서 WCO 회원국은 갤럭시 기어VR을 어느 HS코드로 넣을 지 논의하게 된다.

이번 회의는 전초전 성격이 짙다. 분쟁조정 안건으로 올라온 물품이 예년보다 많은데다 갤럭시 기어VR처럼 국가별 견해 차가 큰 물품 논의는 시간이 더 많이 소요돼서다.

갤럭기 기어VR은 갓 출시된 제품이라 단일한 HS코드가 도출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각 나라는 자국에게 유리한 HS코드를 부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VR기기를 선도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갤럭시 기어VR의 HS코드를 '그 밖의 전자기기'로 보고 있다. 중국, 미국 등 수요가 큰 국가에서 무관세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갤럭시 기어VR을 15%(실효관세율 기준)의 관세가 붙는 '영상모니터'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관세 2.5%가 적용되는 '기타의 안경 및 고글'로 분류하고 있다. 이처럼 나라마다 VR기기에 대한 HS코드가 다른 까닭은, 시장 선점을 노리는 수출국과 산업 및 세수 이탈을 방어하려는 수입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갤럭시 기어VR 시장은 초기 형성 단계라 HS코드 확정에 따른 경제적 득실이 아직 추산되긴 어렵다. 다만 12만9800원의 출시가격을 감안하면 한국 의도대로 HS코드가 결정날 경우 중국과 미국에서 각각 1만9470원, 3245원의 관세 절감효과가 예상된다.

HS코드의 위력은 손목시계형 스마트 기기인 삼성전자 갤럭시 기어 사례가 잘 보여준다. 지난해 WCO는 갤럭시 기어의 HS코드를 무관세 품목인 무선통신기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150억원의 관세 절감효과를 거뒀다. 당시 요르단과 터키·인도는 갤럭시 기어에 대해 각각 전기기기, 시계로 분류해 30%, 10%의 관세를 부과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