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돌파 연기금투자풀, "채권몰빵 막고 수익성 제고해야"

중소연기금 자산을 묶어 운영하는 연기금 투자풀의 수탁고가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여전히 중소연기금들의 예탁비중이 낮고 채권 위주 투자로 수익률이 낮아지는 추세여서 자산운용체계를 재정비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기획재정부의 8월 월간재정동향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연기금투자풀 수탁고는 평균잔액 기준 20조 2229억원을 기록했다.


연기금 투자풀은 2001년 개별연기금의 자산운용 전문성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마련된 것으로 15년만에 20조를 돌파한 것이다.

그러나 외형성장에도 불구하고 자산운용방식을 개선해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연기금 투자풀은 통합 수익률대신 투자유형별 수익률만 공시하는데, 2분기 기준 MMF(단기금융신탁) 1.45%(벤치마크대비 0.06%포인트), 채권형 4.05%(0.59%p), 혼합형 0.64%(0.01%p), 주식형 -1.28%(-0.1%p)로 지표수익률(벤치마크) 대비 채권형만 양호했을 뿐 나머지 수익률은 비슷하거나 되레 밑돌았다.


더 우려되는 투자쏠림 현상이다. 그동안 위탁기금들은 안정적 수익을 지향해 채권형과 혼합형에 집중 투자했다.

2분기 기준 전체 수탁고중 채권형이 9조 4652억원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혼합형이 7조 2705억원, 단기계좌인 MMF가 3조 3355억원을 차지하고 있는데 반해 주식형은 1467억원에 불과하다.

주식형 비중은 0.7%인데, 혼합형에 10% 정도 주식투자가 포함된 점을 감안해도 전체 수탁고의 4%를 밑도는 수준이다.

주식형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1~2%까지 올랐으나 이후 다시 1% 이하로 떨어져 회복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과 같은 대형 연기금들이 수익률 제고를 위해 주식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것과는 대조된다.

작년말 기준 국민연금의 주식투자비중은 32.3%로 이를 2021년까지 4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난해말 57.1%였던 채권투자는 같은 기간 40% 내외로 줄이기로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해 9월 연기금투자풀에도 해외(주식)·대체투자상품을 도입하기로 했지만 큰 진전은 없다. 실제 해외주식형 상품에는 지난 6월께 49억원, 7월에 300억원이 예치됐을 뿐이다.

대체투자상품인 부동산투자는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

기재부 측은 "금리인하 기대감에 따른 채권시장 강세로 채권형 성과가 양호했던 반면 글로벌 경기부진과 금융시장 불안으로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돼 주식관련 유형성과는 다소 부진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투자는 대부분 연말 연초에 투자가 이뤄지는데 2분기에 상품이 만들어져 수탁이 많지 않고 부동산 투자도 매물이 마땅치 않고 기금 투자액이 작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 전체 574조원인 기금여유자금중 3.1%에 머물고 있는 연기금투자풀 예치비중을 늘리는 것도 숙제다.

이와 관련,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내놓은 기금자산운용 관리체계 개선방안을 통해 "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는 전문성과 규모경제 효과가 있는 연기금투자풀 예치비중이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연기금투자풀 위탁비중이 높은 중소형기금에는 기금자산운용 평가를 완화하고 수익률이나 자산운용체계가 일정기준에 못미치는 기금은 투자풀위탁비중을 의무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