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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평평하지’ 않다

[동네북]<19> ‘왜 지금 지리학인가’…21세기 현세계의 본질을 꿰뚫는 지리 이야기

동네북 머니투데이 배소라 동네북서평단 출판컨설턴트 |입력 : 2016.09.24 03:10|조회 : 6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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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출판사가 공들여 만든 책이 회사로 옵니다. 급하게 읽고 소개하는 기자들의 서평만으로는 아쉬운 점이 적지 않습니다. 속도와 구성에 구애받지 않고, 더 자세히 읽고 소개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그래서 모였습니다. 머니투데이 독자 서평단 ‘동네북’(Neighborhood Book). 가정주부부터 시인, 공학박사, 해외 거주 사업가까지. 직업과 거주의 경계를 두지 않고 머니투데이를 아끼는 16명의 독자께 출판사에서 온 책을 나눠 주고 함께 읽기 시작했습니다. 동네북 독자들이 쓰는 자유로운 형식의 서평 또는 독후감으로 또 다른 독자들을 만나려 합니다. 동네북 회원들의 글은 본지 온·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이번 주 동네북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에 선정된 책들로 구성했습니다. 인문학의 첫걸음에서 좀 더 깊은 안목까지 기를 수 있는 책들은 전국 도서관이 엄선해 추천한 ‘내 마음의 양식’들입니다.

 세계는 ‘평평하지’ 않다
2015년 여름, 우리는 메르스 사태라는 사상 초유의 재난을 겪었다. 낙타를 매개체로 한다는 먼 아랍 지역의 낯선 질병은 한 달 가까이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었고, 그로 인해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한 IS라는 이슬람 무장 단체에 우리나라 학생이 가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먼 나라 이야기로만 느껴졌던 이슬람 테러 집단의 위협에서 우리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을 실감했다.

지구 상의 모든 나라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상호작용을 하는 지금, 다른 나라에 대한 지리학적, 문화적 이해 없이는 갈수록 복잡해지는 21세기의 국제 관계를 이해할 수도, 그 안에서 살아남을 수도 없다. 이것이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지금 지리학적 지식이 중요한 이유다.

미시건 주립대학 지리학과 교수이며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의 평생명예회원인 저자는, 기후 변화와 역사적 사건, 자연 현상과 정치 상황의 전개, 환경과 사회적 행동 사이에는 예상치 못한 관련성이 있음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지리학이 복잡한 현대 세계를 이해하는 무엇보다 강력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역사적인 주요 사건과 더불어 현재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을 지리학적 개념으로 생생하고 예리하게 풀어낸다.

1884년 식민 열강들이 베를린 회의에서 아프리카의 분할을 결정할 때, 대륙 동서로 가로지르는 종교적 구분선을 고려했다면, 아프리카가 지금과 같은 테러리스트와 반란군의 분쟁지대가 되었을까? 미국 지도자들이 인도차이나 반도에 대한 지리적인 지식이 있었다면 과연 베트남 전쟁에 그리 쉽게 뛰어들었을까?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내재한 복잡한 사회적, 종교적 문제를 알았더라면 미국과 소련이 그렇게 쉽게 침공을 결정할 수 있었을까?

이처럼 지리학을 토대로 세계의 상호 연결성에 대해 독특하고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주고 있는 저자는, 세계의 지리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으로 세계적인 인구 급증, 갑작스런 기후 변화, 테러리즘의 확산 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오늘날 지구가 겪고 있는 기후 변화와 지질 변화는 급격한 환경 변동을 수반하며 이는 국가 안보와 전 세계의 안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사회·정치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제 국가와 개인의 안전은 대중의 최우선 관심사가 됐다.

저자에 따르면, 대중들은 지진, 토네이도, 쓰나미와 같은 환경 재해에서 비교적 안전한 곳이 어디인지 궁금해하며, 때로는 전 세계의 위험지역을 표시한 지도가 있느냐는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문득 온 나라를 충격과 공포에 빠트린 경주 지진과 여진이 떠올랐다. 사상 초유의 지진을 겪은 이후, 지진 대처 매뉴얼이 SNS에서 회람되었고, 경주에서 부산을 잇는 양산단층대가 활성단층임이 밝혀지면서 고리와 월성 원전의 위치와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양산단층대가 활성단층임을 국민 모두가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면, 과연 원자력 발전소가 해당 지역에 건설될 수 있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이제 지리적 지식은 단순히 세계정세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교양 지식일 뿐만 아니라 실제 우리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는 필수 지식이 되고 있다. 21세기 인류는 문명사에서 보기 드물게 경제, 문화, 정치, 환경의 급속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지구는 생성된 이래로 간빙기와 빙하기를 되풀이해 왔다. 어떤 뛰어난 과학 기술도 ‘기후의 변화’ 자체를 멈출 수는 없다. 그러나 탄탄한 지리적 정보와 지식 위에 대계를 세운다면,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인류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세계는 ‘평평하지’ 않다
21세기를 읽는 키워드는 ‘지리학적 통찰’이다. 오늘날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지리학의 연구 결과가 얼마나 중요한지, 지구의 물리적 환경이 국제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소름끼칠 만큼 생생한 사례를 들어가며 흥미롭게 파헤친 책이다. 지리학에 관심이 없거나 지루하다고 생각한다면 더욱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지리학에 대한 편견을 깨트림과 동시에 어느 학문에서도 얻을 수 없던 이 역동적인 21세기 세상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게 될 것이다.

*인천광역시주안도서관 선정
◇왜 지금 지리학인가
= 하름 데 블레이 지음. 유나영 옮김. 사회평론 펴냄. 516쪽/2만원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6년 9월 23일 (07:51)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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