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밥·차 없다"…김영란법의 국정감사 新풍속도

세종시에 위치한 정부세종청사 전경 /사진=뉴스1

지난해 9월 국정감사 때 정부세종청사는 분주한 모습을 연출했다. 피감기관 입장에서 국회의원 대상 의전이 가장 중요했다. 감사반의 동선에 맞춰 교통편을 마련하고 국회의원들의 이름이 적힌 칫솔까지 준비하는 '세심함'을 보였다.

그 중 가장 공을 들인 건 식사였다. 점심은 통상 구내식당의 일종인 정부세종청사 귀빈식당에서 진행됐다. 저녁 장소는 정부세종청사 인근 일반 식당이었다. 국회의원들과 고위공무원들은 식사를 같이 하며 의견을 나눴다. 모든 비용은 피감기관이 지불하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이 같은 풍경이 사라지게 됐다.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 시행과 맞물려 이른바 '공짜밥'은 자취를 감춘다. 김영란법이 가져온 국정감사의 신(新)풍속도다.

22일 국회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달 26일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중앙부처의 경우 26일부터 순차적으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정감사가 이뤄진다. 감사반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KTX 등을 이용해 정부세종청사를 방문한다.

하지만 국정감사 중 이뤄지는 식사와 다과 등은 올해부터 모두 '더치페이'로 이뤄진다. 교통편도 감사반이 알아서 마련해야 한다. 권익위원회가 지난 11일 이 같은 내용의 유권해석을 내놨기 때문이다.


권익위원회는 "국정감사 기간 중 피감기관은 국회의원의 직무와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다"며 "소관 상임위원회 국회의원 등에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 의례 목적이 인정될 수 없으므로 3만원 이내의 식사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각 중앙부처별로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팀들은 내부 원칙을 세웠다. 식사 장소는 피감기관에서 알아보되, 비용은 각자 지불한다는 내용이다. 국회도 행정실을 중심으로 다과 등을 직접 준비하겠다는 의견을 피감기관에 전달했다.

기획재정위원회의 감사를 받게 되는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김영란법을 철저히 준수한다는 게 기본 원칙이고 국회도 기준을 만들어 일괄 적용하고 있다"며 "올해 국정감사 점심 식사는 구내식당을 이용하기로 했는데, 비용을 각자 부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특히 기획재정부 국정감사는 27일부터 이틀 동안 열리는데, 김영란법 시행 하루 전날인 27일에도 이 같은 원칙은 지켜진다. 김영란법 시행일과 무관하게 김영란법 도입 취지를 살리겠다는 의도에서다. 이목이 집중된 만큼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다른 중앙부처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고용노동부 등은 김영란법 시행 전인 26~27일에 국정감사를 받는다. 김영란법 적용 전에 국정감사를 받지만, 김영란법에 준하는 국정감사 준비를 마쳤다.

10월에 정무위원회의 감사를 받는 공정거래위원회는 국정감사 대비 상황 문서를 마련했다. 국정감사 기간 중 목적과 금액에 관계 없이 인력과 식사, 선물 등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세종시에서 근무하는 한 과장급 공무원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국정감사 기간 중 의전과 관련한 업무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