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우리銀 지분 직접인수 포기...간접투자 고민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뉴스1

국민연금이 우리은행 (14,800원 ▲250 +1.7%) 지분을 직접적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오는 23일 우리은행 지분 매각 인수의향서(LOI) 마감일까지 투자 결정을 내리기에는 물리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우리은행 지분투자가 투자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판단된다면 간접적인 방식을 통해 투자하는 것을 계속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투자자들도 국민연금의 우리은행 투자 참여여부를 주목하고 있어, 우리은행 지분 매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전날 열린 투자위원회에서 우리은행 지분 인수참여 방안을 논의하지 않았다. 투자위원회는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이 주관하며, 실장과 팀장급 들이 참여한다. 매주 한 번씩 열리는 투자위원회에서는 기금운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논의한다. 우리은행 지분 4%를 보유할 경우 3000억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한 만큼 투자위원회의 결정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관련 국민연금 측은 "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정도의 리스크가 생기는 경우가 아니면 갑작스럽게 투자위원회를 열거나 하지는 않는다"며 "우리은행 투자의 경우 돌발변수가 발생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해, 직접투자를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을 사는 형식이기 때문에 국민연금도 쉽게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지금까지 국민연금의 투자 프로세스를 감안하면 투자위원회의 논의를 거치지 않은 투자를 돌발적으로 결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 상당기간 동안 우리은행 투자를 검토해 왔을 것"이라며 "이미 직접투자를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우리은행 지분을 직접 인수하기는 여러가지 제약요건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이미 우리은행 지분 5%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추가로 4% 이상의 지분을 보유할 경우 전체 주식투자 포트폴리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정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 벤치마크와의 괴리율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올 초 강면욱 본부장이 취임한 이후 국민연금은 시장의 지수를 따라는 패시브전략을 운용하고 있는데 이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점주주에게 주어지는 사외이사 추천권한도 국민연금에는 골칫거리다. 현행법상 국민연금 경영참여가 아닌 단순투자만 할 수 있다. 사외이사 추천은 경영참여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


국민연금은 간접적인 방식으로 우리은행 지분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PEF(사모펀드)를 통한 대체투자 방식도 고려대상으로 거론된다. PEF가 우리은행 지분을 투자하고 국민연금은 이 PEF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운용사(GP)를 맡은 PEF가 사외이사 추천권을 받으면 경영참여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 국민연금은 PEF로부터 배당수익과 지분매각에 따른 차익을 받아 직접 지분투자와 엇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PEF에 대한 지분투자는 대체투자로 잡힐 수 있어 국내 주식투자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시장의 여건과 투자대상의 수익성을 감안해 우리은행 투자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다"며 "절차에 맞춰 합리적인 투자를 한다는 방침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