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급' E1, 시장 호조에도 800억 미매각

LPG 공급업체 E1이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큰 폭의 미매각을 기록했다. 최근 회사채 발행시장 호조로 AA급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높았음을 고려하면 의외의 상황이다. 급격한 민평금리 하락이 투자매력을 낮춘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E1(한국신용평가 기준 AA-)은 지난 22일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800억원의 미매각을 기록했다. 5년물 1000억원을 모집했으나 200억원의 기관수요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단기물인 3년만기 채권의 경우에는 500억원 발행에 700억원이 유입되며 오버부킹(공급을 넘어선 수요)됐으나 5년물 수요를 모으는데는 실패했다. E1은 지난 6월에도 500억원 미매각을 기록한 바 있다.

시장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7~8월 발행물량 부족으로 우량물에 대한 수요가 충분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AA급 이상 대다수의 회사채가 오버부킹을 기록했다. 지난달 말 회사채 수요예측을 실시한 S-Oil(한신평 기준 AA+)은 5년과 7년, 10년 등 전 기간에서 개별민평금리(나이스피앤아이 등 채권평가사들이 산정한 가격 평균)를 하회하며 오버부킹을 나타냈다. E1과 신용등급이 같은 CJ대한통운(한신평 기준 AA-)도 2500억원 모집에 56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민평금리 하락으로 E1 회사채 매력이 떨어진 점이 미매각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있다. E1 5년물 개별민평금리는 지난 6월19일 회사채 발행 당시 2.308%에서 지난 19일 1.806%로 하락했다. 세 달 사이 50.2bp(0.502%) 하락한 것이다. 희망금리밴드도 '-10~10bp'로 상단이 10bp로 제한돼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달 29일 수요예측을 실시한 LG상사(한신평 기준 AA-)는 희망 금리밴드를 '-5~15bp'로 제시, 상단을 15bp까지 열어준 바 있다. 비록 5년물 300억원 모집에 100억원 미매각을 기록했으나 미매각 비중은 높지 않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채 금리 하락 이후 개별 민평금리도 동반 하락하면서 조달 비용은 낮아졌으나 그만큼 투자매력이 줄어들었다"며 "희망금리밴드도 상단이 낮게 설정, 기관수요를 모으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경록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신한은행 후순위채와 한국토지신탁 등 여러 기업의 수요예측이 같은 날에 집중돼 투자수요가 적절하게 분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자회사인 LS네트웍스의 지분가치 하락 위험도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E1 신용등급에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LS네트웍스는 지난해 97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따라 LS네트워크 지분 공정가치(약 2100억원)가 장부가액(6월말 기준 6784억원)를 크게 하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