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아닌 기재부가 '김영란법 컬러링' 만든 사연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우리나라 공직사회에서 청탁 요구가 가장 많은 직위 중 하나를 맡고 있는 박춘섭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최근 자신이 휴대전화 컬러링(전화연결음)으로 사용하던 팝송 '올투게더 얼론(Altogether Alone)'을 교체했다. 기재부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을 3일 앞둔 25일 제작·배포하기로 밝힌 '김영란법 컬러링'을 미리 받아둔 것이다.

'청렴 대한민국 멜로디'라고 이름 붙은 김영란법 컬러링은 경쾌한 반주음에 김영란법을 안내하는 여자 성우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안내 문구는 '청렴 대한민국을 위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됩니다. 청탁 없고 청렴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함께 노력합시다'이다.

박 실장과 기재부 예산실 국장급 간부들이 다듬은 내용이다.

김영란법 컬러링은 박 실장이 지난 7월 아이디어를 낸 뒤 본격 추진됐다. 김영란법 컬러링 제작을 주무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가 아닌 기재부 예산실이 주도한 점은 그만큼 김영란법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기재부 예산실은 한 해 국가 예산을 설정하는 업무 특성상 정부 예산 확보를 노리는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 정부 부처 등 국정 전 분야에 걸쳐 직무 연관성이 짙다. 특히 예산실 수장인 박 실장은 직무 연관성 있는 이들이 400만명이라는 분석이 있을 정도로 활동 하나하나가 김영란법을 피하기 어렵다.

박 실장은 "외부에서 공무원에게 전화할 때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도록 하고 내부 직원들 역시 마음가짐을 다지자는 뜻에서 컬러링 아이디어를 냈다"며 "'목 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예산실이 주도해 컬러링을 만들었는데 청렴 문화 확산에 도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컬러링이 월 사용료가 있는 만큼 공직사회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김영란법 컬러링은 3대 이동통신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컬러링 서비스 가입자라면 990원의 월 사용료를 내고 무료로 내려받아 이용할 수 있다.